[비바 2080 시론] 기초연금,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최우선 지급되어야

조진래 기자 2024-01-31 08:43:53

기초연금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야말로 생활에 가장 기초가 되는 자금인데도 생활형편이 평균 이상을 넘는 사람들에 까지 지원되도록 제도적으로 허용되면서 정책이 갈 짓자 걸음을 하고 있다. 당연히 재원 부족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고,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더 충분히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이른바 ‘소득인정액’ 때문이다. 요즘은 궁핍했던 과거와 달리 노인들도 소득과 재산이 예전보다 많아지고 있어, 어느 정도의 산정 기준 상향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수급 대상이 될 수 없는 부자 노인들도 ‘무임승차’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소득인정액 선정 기준이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인 탓이다.

현재 기초연금 소득인정액은 월 213만 원이다. 배우자가 없는 노인 단독가구를 기준으로 해도 이 정도다. 거의 최저임금 수준이다. 소득인정액은 월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월 소득환산액을 합친 금액인데,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에 맞추다 보니 어느 새 이 수준까지 올라왔다. 전반적으로 형편들이 나아지다 보니, 부자 어르신들도 대거 수급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처음 이 제도가 도입되었던 2014년에 월 소득인정액은 40만 원이었다. 이후 10년 만에 5.5배 가까이 올랐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에게 지급한다는 목표에 지나치게 매달린 나머지, 통계의 왜곡을 눔 감아준 때문이다. 실제로 소득 기준액을 정할 때, 일용근로나 노인 공공일자리 소득이 ‘소득’에서 빠진다. 엄연한 근로소득임에도 소득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다.

각종 공제도 통계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 상시 근로소득 자체도 기본공제액을 우선 적용한 후 남은 금액을 기준으로 30%를 추가로 공제해 준다. 소득인정액 기준 금액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도 기본재산액 공제를 통해 대도시 거주자인 경우 1억 3500만 원까지 빼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기준금액이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더구나 그 동안 재산의 소득환산 때 포함되었던 고급 자동차의 배기량 기준(3,000cc)도 올해부터는 없어졌다. 고급 외제차를 모는 사람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현실화된 것이다. ‘기초’라는 어감이 주는 연금의 성격과 달라도 너무 다른 현실이 만연해진 것이다. ‘기초연금’이 아니라 차라리 ‘전 국민 공적 연금’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대한민국은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고인 나라다. 정말로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복지의 혜택이 더 많이 가도록 제도가 설계되어야 하는 마당에, 반대로 그들에게 돌아갈 재원이 엉뚱한 것으로 샌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핀셋 적용’이 불가능하겠지만 합리적인 기준 마련으로 어느 정도의 비현실적 갭을 메울 필요가 있다. 

기초연금도 결국은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부지 노인들에까지 기초연금을 계속 지급한다면 이 또한 진짜 기초연금을 받아야 할 노인들에 대한 역차별이다. 서둘러 선정 기준을 고쳐, 정말로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수급자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재원 고갈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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