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건강보험료 징수기준 정비… 의료 이용 적으면 돌려주고, 과하면 본인 부담 늘린다

보건복지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 발표
이의현 기자 2024-02-04 15:56:56

정부가 병의원·약국 등 의료 이용이 적은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납부한 보험료의 일부를 돌려주되, 반대로 의료 이용이 과도한 사람에 대해선 보험료의 본인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에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가입자의 의료 이용량과 의료비 지출 내역을 분기마다 모바일로 알려주도록 할 방침이다. 의료 아용이 잦을 수 밖에 없고 모바일 이용이 제한적인 노인 층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특단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건강바우처 제도 활성화 등 적극 추진
보건복지부는 4일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하면서, 분기별 의료 이용량이 1회 미만인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전년에 납부한 건보료의 10%를 연간 최대 12만원까지 바우처로 지원하는 ‘건강바우처’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 이용량이 적은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우선 시범사업을 펼친 뒤, 전체 연령대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바우처는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대상자 기준은 추후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또 스스로 혈압과 당뇨를 측정해 관리할 때마다 포인트와 같은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건강생활실천지원금’ 사업의 수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있거나,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서 혈압이 120/80㎜Hg 이상이거나, 공복혈당이 100㎎/dL 이상인 건강위험군이 대상이다.

복지부는 과도한 의료 이용을 억제하고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과도한 의료 이용자나 필요도가 낮은 의료 행위에는 건강보험료의 본인부담률을 높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는 사람에 대해선 이미 외래진료 본인부담률을 90%로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여기에 물리치료를 1개 기관에서 1일 1회 넘게 이용해도 본인부담률을 상향할 방침이다. 

정부는 건보 가입자들이 자신의 의료 이용 실태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분기마다 누적 외래 이용 횟수와 입원일수, 건보 급여비용 및 본인부담금 정보를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The 건강보험’ 앱을 통해 알려줄 방침이다. 현재 한국인의 연간 외래 의료기관 이용 횟수는 평균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5.9회의 3배에 이른다. 

◇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지속 확대
복지부는 이번 종합계획에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안전망을 강화 방안도 담았다. 본인부담상한제나 지속적인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급여 항목에 대한 본인 부담이 과도할 때 지원하는 제도이다. 또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는 본인부담상한제 대상이 아닌 일부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성형·미용 제외)에 대해 50∼80%까지, 연간 최대 500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복지부는 다만, 건보료 체납으로 인해 건강보험 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최소화할 방침이다. 체납으로 인한 급여 제한 때 ‘연소득 100만원 미만+재산 100만원 미만’인 경우는 제외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를 ‘연소득 336만원 이하+재산 450만원 이하’로 높여 취약계층을 더욱 폭 넓게 지원하고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을 끌고 있는 ‘소아1형 당뇨’ 환자에 대해 당뇨관리기기 지원 방안도 담았다. 적정 관리가 시급하다고 보고 우선, 대상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기존 연 8회에서 앞으로는 12회로 늘릴 방침이다. 

이 밖에도 인슐린 자동주입기에 대한 환자 본인 부담금을 연 381만 원에서 45만 원 수준으로 크게 낮추고, 퇴원 후 재택 복귀 지원을 위한 ‘회복기 의료기관 체계’ 도입, 암·희귀난치질환 등에 대한 약제비 부담 지속 완화 등의 조치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 필수의료 병의원이 더 많이 보상받는다
필수의료 분야에 적정한 수준의 보상이 이뤄지도록 건강보험의 수가(의료행위 대가) 결정 방식도 대폭 바뀐다. 의료행위의 난이도와 시급성, 의료진의 숙련도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도록 ‘공공정책수가’가 도입되고, 진료의 양보다는 질과 성과에 따라 달리 보상이 이뤄진다.

‘행위별 수가’는 건강보험공단이 매년 병·의원이나 약국 등 유형별로 협상해 결정하는 ‘환산지수’에 의료행위 가치를 업무량과 인력, 위험도 등을 고려해 매기는 ‘상대가치점수’를 곱한 뒤, 각종 가산율을 반영해 책정된다. 업무 강도가 높은데도 저평가됐던 의료행위에 상대가치점수를 집중적으로 높여 수가를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제도의 영속성과 효율적 집행을 위해 1년 단위로 의료비용의 적절성 등을 분석해 저평가된 항목을 위주로 신속하게 수가를 조정해간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고평가된 항목의 경우 수가를 동결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정책수가도 손본다. 의료행위의 난이도와 위험도, 시급성, 의료진의 숙련도와 당직·대기 시간, 지역 격차 등도 보상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기존의 행위별 수가만으로는 보상이 불충분한 의료 행위에 대해, 공공정책수가를 더해 추가보상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분만 인프라 강화를 위한 지역안전수가, 안전한 분만 환경 조성을 위한 안전정책수가 등에 우선 적용될 전망이다.

개별 의료행위에 대해 수가를 매기는 행위별 수가제가 그 동안 과잉진료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는 의료의 질이나 성과 달성에 따라 보상을 달리 제공하는 대안적 지불제도를 도입 추진키로 했다. 진료 결과에 따라 차등 보상한다는 얘기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