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특강]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의 ‘3차원 절식법’

박성훈 기자 2024-02-06 08:18:23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이가 들었어도, 하루 세끼 먹는 것만 제대로 바꾸면 남은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하고 간헐적 단식과 내 몸에 맞는 식단을 병행함으로써 스스로 노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침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이라는 저서를 통해 ‘3차원 절식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 교수는 ‘3차원 절식’이 가속노화를 막고,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 3단계 절식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건강 상식을 알려달라.
“식사를 개선하는 것은 앞으로 일어날 많은 문제를 개선 혹은 예방하는 강력한 기제가 될 것이다. 절식에 앞서, 먼저 자신의 체질량 지수(BMI)를 측정해볼 필요가 있다. 키를 몸무게로 나눈 BMI(㎏/㎡) 지수가 18.5~23이면 정상, 23~25면 과 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본다. 비만은 아니지만 체지방률이 남성은 25, 여성은 30이 넘는다면 ‘마른 비만’으로 분류된다.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비만인 사람은 체중과 지방을 줄이는 ‘이화적 식단’, 마른 비만은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는 ‘체성분 전환 식단’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 ‘3차원 절식’의 세 가지 단계에 관해 이해가 쉽도록 설명해 달라.
“먹는 종류부터 시작해, 먹는 시간을 조절하고, 먹는 양도 조절해 가는 법이다. 1단계는 단순당과 정제 곡물의 최소화다. 당이 들어간 콜라나 사이다, 과일주스 같은 음료수를 피하고 설탕과 사탕, 초콜릿 등 가공식품 섭취를 멀리해야 한다. 흰 쌀밥이나 빵, 떡, 국수처럼 흰 쌀이나 흰 밀가루로 만든 식품도 피해야 한다. 2단계는 먹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른바 ‘간헐적 단식’처럼, 공복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아침 금식과 이후 8시간 내 식사하기 등의 방법이 있다. 마지막 3단계는 내 몸에 맞는 열량을 섭취하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식단으로 잘 먹되, 칼로리의 양을 20% 정도 줄이는 방법이 병행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 ‘3차원 절식’의 1단계로 단순당과 정제 곡물 섭취를 줄일 것을 강조했다. 왜 그런가.
“이들 음식은 모두 급격한 인슐린 분비를 만들어낸다. 이른바 ‘식탐’을 부르는 근원이다. 노화를 지연시키려면 이들부터 끊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단순당과 정제곡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점점 인슐린 저항성이 심화되고 혈당 변동성이 증가하게 된다. 인슐린 과다 분비는 식후 저혈당을 가져와 사람을 허기지게 만든다. 어쩔 수 없이 이런 음식들로 외식을 해야 한다면, 가능한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 순서다. 먹는 순서도 식이섬유부터 시작해 고기·생선 등 단백질, 그리고 마지막으로 탄수화물 순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혈당이 느리게 올라간다.” 

- 단순당이나 정제곡물 대신 섭취를 권하는 음식물은 어떤 것이 있나.
“귀리나 현미처럼, 갈지 않은 통곡밀이나 병아리콩 같이 느리게 흡수되는 복합 탄수화물을 채소와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 포만감을 얻어 식사량을 줄여줄 뿐만아니라 혈당 상승도 억제해, 인슐린 분비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탄수화물 자체를 제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렇게 해서라도 빠르고 해로운 탄수화물을 걷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슐린에 의해 떨어진 혈당이 저장되는 곳이 내장지방인데, 자체적으로 염증성 지방 호르몬을 분비하며 노화를 가속시킨다. 포도당에 내성이 생겨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는 ‘내당능 장애’나 비 알콜성 지방간, 마른 비만을 겪기 시작한 사람은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 같은 약제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 ‘3차원 절식’의 2단계는 이른바 ‘시간 제한 다이어트’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일정 시간 금식을 하면 자가포식 같은 기전이 활성화된다. 그러면서 세포 안에 잘못 만들어져 쌓인 단백질을 태워 에너지로 사용하게 된다. 이는 ‘단백항상성’이라는 노화 기전을 개선하는 효과를 갖는다. 이를 이용하는 것이 ‘시간제한 다이어트’다. 간헐적 단식이나 1일 1식 등 일정 시간만 음식을 섭취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단식을 하는 것을 말한다. 주의할 것은, 반드시 1단계 실천이 이뤄져 식욕이 조절되기 시작할 때 자기에 맞는 방법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1일 1식을 한다면서, 한 번 식사 때마다 폭식을 하거나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다량으로 섭취한다면 역효과가 날 뿐이다.”

- 시간 제한 다이어트가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피해야 할 대상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시간 제한 다이어트는 자연스럽게 잠 자는 시간 전후에 배를 비우고, 지방을 태움으로써 ‘자가 포식’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나 심한 비만환자, 근력 운동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 방식의 다이어트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분들이 금식을 하면 지방이 타는 것이 아니라 근육이 녹는 ‘동화 저항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복합 탄수화물과 단백질, 건강한 지방을 섞어 세 끼를 잘 챙겨먹고,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동화 저항 현상이 풀린다.”

- 마지막 3단계는 열량을 맞춰 먹는 것으로 안다. 자신에게 맞는 열량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1단계와 2단계 조치를 실천하고 두 세 달이 지나면 식욕에서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궁극적으로 요요 현상을 겪지 않으면서 유의미한 절식효과를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 몸에 맞는 열량을 섭취하는 것이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양을 기초대사량(BMR)이라고 한다. 남성의 경우 88.362+(13.397×몸무게㎏)+(4.799×키㎝)-(5.677×나이)로, 여성은 447.593+(9.247×몸무게㎏)+(3.098×키㎝)-(4.330×나이)로 계산한다. 여기에 자신의 활동 수준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을 계산할 수 있다. 매우 활동적이지 않은 사람은 기초대사량에 1.2를 곱하고, 가벼운 활동은 1.375, 보통 활동가는 1.55, 활동적인 사람은 1.725, 매우 활동적인 사람은 1.9를 곱해 산출한다.”

- 기초대사량과 에너지 소비량을 산출한 다음에는 어떻게 실천하면 되나.
“노화 지연을 위한 절식 또는 약간의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계산된 일일 에너지 소비량에서 20%를 뺀 열량을 식사로 섭취하면 된다. 예를 들어 체중 55㎏에 키 157㎝인 여성이 주 3회 땀이 날 때까지 조깅을 30~40분 가량 한다면, 일일 에너지 소비량이 1226㎉×1.55로 1900㎉가 된다. 여기에 20%를 뺀 1520㎉를 섭취하면 된다. 만일 근력 운동을 매일 하면서 체성분을 지방에서 근육으로 바꿀 목적이라면 1266㎉에 1.725를 곱한 2180㎉를 섭취하는 것이다. 체중과 근육량을 빠르게 늘리는 벌크 업까지 고려한다면 여기에 다시 20%나 500㎉를 더해주면 된다.” 

- 노화를 지연시키는 장수식단으로 ‘MIND 식사’를 적극 권장한다고 들었다. 어떤 식단인가.
“‘MIND’란 Mediterranean-Intervention for Neuro degenerative Delay의 약자다. 신경변성 질환을 늦추는 지중해식 식단을 말한다. 10개의 음식 군에 속하는 15개 성분으로 구성된다. 견과류와 채소, 곡물, 생선 속의 천연 유분, 흰 육류, 와인 등이 포함된다. 녹색 잎채소는 일주일에 6회 이상, 그 외 채소는 매일 1회 이상 섭취를 권한다. 베리류는 일주일에 2회 이상, 견과류는 5회 이상 섭취하는 것이 좋다. 통곡류는 매일 3회분 이상이 좋다. 생선류는 일주일에 1끼 이상, 콩류는 4끼 이상, 가금류는 2끼 이상이 권장된다. 주 요리용 기름으로는 올리브유가 좋다. ‘MIND 식사’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최악의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보다 10년 당 7.5년치의 뇌 노화지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뇌 노화속도가 4분의 1로 느려진 것이다.”

- ‘MIND 식사’에서 섭취하지 말아야 할 금지 리스트도 있다고 들었다.
“붉은 고기나 튀긴 음식은 절대 금물이다. 부득이 섭취하더라도 붉은 고기는 일주일에 4회 미만으로 섭취하고, 튀긴 음식이나 페스트푸드는 일주일에 1회 미만이 권장된다. 버터나 마가린도 하루에 1회 미만 섭취하고, 치즈도 일주일에 1회 미만 섭취할 것을 권한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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