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노인 일자리로 지탱하는 ‘일자리 정책’만으론 안돼

조진래 기자 2024-02-16 15:05:39

3개월 만에 모처럼 취업자 증가 폭이 월 30만 명대로 회복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제조업 취업자 수도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정부 사이드에서는 연초부터 우리 고용시장이 긍정적인 분위기로 출발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특히 초고령 사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60세 이상 취업자가 크게 증가해 고용시장 훈풍을 기대케 한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774만 3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8만 명이 늘었다. 지난 해 11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하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석 달 만에 다시 30만 명대로 회복되었다. 특히 1월의 경우 작년 3월의 46만 9000명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해 좋은 시그널을 보여 주었다.

60대 이상 노인층 취업이 35만 명이나 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세를 이끈 것이 특이했다. 60대가 19만 2000명, 그리고 70세 이상이 15만 8000명이나 증가했다. 50대도 7만 1000명이 늘었다. 30대 취업자와 15∼29세 청년층 취업자가 모두 전년 동월 대비 8만 5000명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40대도 4만 2000명 줄어 2년 가까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노인 취업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증가한 것은 분명 고령화 시대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 지 모른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의 대부분이 정부가 세금으로 운용하는 직접일자리 사업에서 창출되었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나라 일자리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어서 씁쓸하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월 직접일자리 사업을 통해 75만 명에 가까운 인력을 충원했다고 밝혔다. 노인 일자리 63만 명, 자활사업 4만 명, 노인맞춤돌봄서비스 3만 5000명이다. 당초 목표치보다 3만 명 가까이 초과하는 수치다. 정부는 올해 전체 채용 인원의 97%에 해당하는 114만 2000명 이상을 직접 일자리 사업으로 채운다는 방침을 밝혔다.

꼼꼼히 들여다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수가 35만 명이니 사실상 정부 직접 일자리 사업이 대부분 노인일자리로 채워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50대 취업자가 7만 1000명 늘어났으니 이 연령대 취업도 많은 부분 정부 사업의 결과라고 해석된다. 정부 예산을 써서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고 이를 일자리 목표 달성이라고 공공연하게 홍보하는 구태의연함이 놀랍다.

일자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양보다 중요한 것은 늘 질이다.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정부 직업 일자리 사업보다는 제조업이나 건설업 같은 대규모 서비스 일자리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제조업 취업자가 2만 명 늘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완연한 일자리 시장을 회복을 기대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더군다나 제조업 일자리 증가는 지난해 말 부진의 기저효과였다.

정부는 상용직 비중이 58.4%로 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라며 “고용의 질이 ‘일부’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여전히 1년 미만의 단기 일자리 취업자가 다수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이 61.0%로 역대 최고라는 자화자찬이 딱히 와 닿지 않는다. 여전히 실업자는 107만 2000명으로 전달에 비해 5만 명 가까이 늘어 3개월 연속 증가세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과 고용의 질적 제고는 수십 년 동안 정부가 추진하려다 고배를 마셨던 노동 정책의 큰 목표이자 지향점이다. 하지만 늘 노동계가 극렬하게 반대했고, 정부와 시장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무능함을 노였다. 

이제라도 시장에서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기업이 다시 뛰도록 해 주어야 한다. 말로만 늘 규제개혁을 얘기하지 말고, 말 뿐인 총선 공약 장난질도 치지 말고, 당장의 일자리 목표치를 채우려는 노력과 병행해 기반 산업과 신산업 부문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도록 정치와 시장의 융합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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