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초고령사회 앞둔 합계출산율 0.6명… 정책적 대응만으로는 한계

조진래 기자 2024-02-29 09:48:59

내년이면 우리나라가 일본에 이어 선진국 가운데 두 번째로 '초고령 사회'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고 연간으로도 7명 대 유지가 위태롭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왔다. 전 세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인구소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그간의 경고가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2023년 출생·사망 통계’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3만 명에 그쳤다. 2022년에 비해 무려 1만 9200명(7.7%)이나 줄어든 수치로, 역대 최저 출생률이다. 연간 합계출산율 역시 사상 최저인 0.72명을 기록했다. 2015년에 1.24명을 기록한 이후 8년째 내리 하락세다. 4분기에는 0.65명으로 사상 처음 0.70명 밑으로 떨어졌다. 총체적 인구위기가 아닐 수 없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8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는 독보적이다. 합계출산율 1.0명 밑은 우리 밖에 없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작년 말 현재 5167만 명인 우리나라 총인구가 2072년에는 3622만 명으로 급격히 쪼그라들 것이 확실시된다.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모든 정부가 십 수년 간 수백 조원에 달하는 저출산 극복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이런 참담한 미래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구 감소'를 넘어 이제는 '인구 소멸'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때다. 모두가 인지하듯이, 인구는 그 나라의 자산이자 국력이다. 인구 기반이 무너지면 노동 시장은 물론 교육과 의료, 국방, 재정 등 전방위적으로 심각한 문제와 작면하게 된다. 취소한의 경제 시스템 운용이 어려워지고 사회 안전망은 붕괴될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대세라지만, 그것들이 대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이런 심각성을 의식한 듯, 정부가 곧 ‘일가정양립제도’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근로 시간 유연화와 가족 친화 기업문화 조성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들의 양육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직장·지역 어린이집 확대, 근무 유형 다양화 등의 조치도 언급되고 있다고 한다. 기업에 대한 재정·세제 지원과 함께 가족친화기업에 대한 혜택 등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선 당연히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과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는 정부 자체의 재정 지원과 함께 기업들이 그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제도는 정부가 만들지만, 기업이 이를 정착시켜 나가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경제계의 긴밀한 호흡이 중요한 때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저출산 문제를 남의 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어하지 않는 대다수 젊은이들에게 혁신적인 지원책을 통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먼저다. 육아가 힘든 직장문화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일자리와  주거, 사교육 문제까지 통괄하는 사회 시스템 전반의 실질적인 지원 시스템 개선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작년 말에 “특별한 위기”라며 당장 특단의 대책을 발표할 것처럼 분주했던 정부가 석 달 가까이 되도록 대책을 발표하지 못하는 ‘정책 굼뜸’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매 번 회자되는 부총리가 총괄책임을 맡는 콘트롤타워 구축, 인구특별회계 도입 같은 도돌이표삭 정책은 필요 없다. 전 부처를 동원해서라도 실효성 있는 저출산 극복 대책과 육아 부담 완전 해소 방안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아쉽게도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이 4월 총선 이후로 모든 정책 진행을 멈춘 듯 하다. 이런 마인드로 저출산 대책이 나올 리가 없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초당적인 협력이 없이는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없음을 절감해야 한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연령대 국민들에게 ‘표’ 하나만 구걸하기 보다는, ‘한 명의 국민’을 더해 달라고 호소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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