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건강 보험료, 얼마나 내고 어떻게 하면 아낄 수 있을까

이의현 기자 2024-03-06 10:28:00

정년을 앞둔 직장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퇴직 후 건강보험료 납부와 관련해 적지 않이 걱정을 한다. 직장 다닐 때보다 보험료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지, 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지 등등 걱정이 많다. 직장에서 지역으로 건강보험료 체계가 달라지는 데 따른 궁금증과 보험료 절감 방안을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를 통해 알아보자.

◇ 직장가입자, 보수 외 소득이 연 2000만 원 넘으면 추가 보험료 내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산정 방법부터 다르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에만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보험료는 보수월액보험료와 소득월액보험료로 나뉜다. 대다수 직장가입자는 보수월액보험료만 낸다. 보수월액보험료는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에 보험료율을 곱해 산정한다. 보수월액은 그 해 지급받은 보수총액을 근무월수로 나눈 금액이다. 2024년 현재 적용되는 건강보험료율은 7.09%이며, 건강보험료의 12.95%를 장기요양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이렇게 산정된 보수월액보험료를 회사가 개인이 절반 씩 나눠 낸다.



하지만 그 외 다른 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이 넘는다면 소득월액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보수 외 소득 중 근로소득과 연금소득은 50%만 소득으로 인정한다. 이 경우 소득월액보험료는 한 해 2000만 원이 넘는 보수 외 소득을 12로 나눠 소득월액을 계산한 후 건강보험료율(7.09%)을 곱해 보험료를 산출한다. 올해의 경우 건강보험료의 12.95%를 장기요양보험료로 납부하는 것은 보수월액보험료와 같지만, 소득월액보험료는 직장가입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 지역가입자 되면 사적연금 제외한 모든 소득에 건강보험료 부과
지역가입자에게 지역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에는 이자·배당·근로·사업·연금·기타소득이 있다. 이런 소득 종류에 따라 보험료 부과 방법에도 차이가 생긴다. 우선,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소득에만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퇴직연금,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소득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연금소득과 근로소득은 50%만 소득으로 인정한다. 근로소득과 연금소득의 합이 한 해 1000만 원이면 500만 원에만 건보료가 부과된다는 얘기다.

근로소득과 연금소득을 제외한 다른 소득은 100% 소득으로 인정된다. 다만, 금융소득(이자+ 배당)이 한 해 1000만 원을 넘으면 전체 금융소득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김동엽 상무는 “금융자산이 많은 은퇴자는 연금저축과 IRP 같은 연금계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개인연금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이 연간 336만 원 이하이면 건강보험료로 1만 9780원만 납부한다. 연 소득이 336만 원이 넘으면 소득의 7.09%를 건강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건강보험료의 12.95%는 장기요양보험료로 내야 한다.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재산에는 주택·건물·토지·선박·비행기·전월세보증금 등이 있는데, 주택·건물·토지와 같은 부동산은 재산세 과세표준을 그대로 재산금액으로 평가하고, 전월세보증금은 30%만 재산가액으로 평가한다. 자동차는 사용연수가 9년 미만이면서 차량잔존가액이 4000만 원 이상 승용차에만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소득에는 7.09%의 정률로 보험료를 부과하지만, 재산과 자동차는 등급을 나눠 보험료를 부과한다. 

◇ 건강보험료 아끼려면…
김동엽 상무는 우선, 재산보험료가 많은 경우는 재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직장가입자로 돌아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이 때 창업을 해 개인사업자가 되는 경우에는 종업원 유무에 따라 건강보험 가입자격이 달라진다. 소정근로시간이 월 60시간 이상인 근로자를 1명만 채용해도, 직장가입자 자격으로 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된다. 

개인사업장 사용자의 경우 첫 해에 객관적 수입 증빙 자료가 미비하기 일쑤인데, 이럴 때는 일단 사용자가 신고한 금액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이듬해 5월(성실신고 사용자 6월) 개인사업장에 대한 보수총액 신고를 끝낸 다음 정산한다. 주의할 점은, 사용자의 보수가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직원보다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결손이 나 사업자 수입이 없더라도 해당 사업장 근로자의 보수월액의 평균 금액에 보험료가 부과된다.

다음으로, 직장가입자인 자녀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다만, 피부양자 자격을 갖추려면 연간소득이 2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사업자등록이 있으면 사업소득이 없어야 하고, 사업자등록이 없으면 사업소득이 500만 원을 넘지 말아야 한다.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소득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두 사람 모두 자녀의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피부양자 등재 때는 재산요건도 본다. 재산세 과세표준이 9억 원을 넘으면 안된다. 재산세 과세표준이 5억 4000만 원에서 9억 원 이하면 연간소득이 10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결국 재산세 과세표준이 5억 4000만 원 이하이고 연간소득이 2000만 원 이하면 자녀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관련 조건들을 잘 따져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공단에 임의계속가입을 신청해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퇴직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18개월 이내에 직장가입자 자격 유지기간이 1년 이상 되었다면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지역가입자가 된 이후 최초로 고지받은 지역보험료의 납부기한에서 2개월이 지나기 이전에 신청하면 된다. 임의계속가입자가 되면 퇴직 이후 3년 동안은 종전 직장에서의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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