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저조한 양육비 이행률 높이려면 채무자 동의없이 금융정보 조회할 수 있어야”

이의현 기자 2024-03-13 08:33:15

현재 전액 지급률이 4.6%에 불과한 양육비 이행률을 높이려면 양육비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양육비이행관리원에 금융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제언이 나와 주목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3일 발표한 ‘양육비 강제징수를 위한 입법 과제 보고서’에서 “2021년 현재 전체 이혼·미혼 한부모 가운데 72.1%는 비양육 부모에게서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양육비이행법이 시행된 지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출국금지와 운전면허 정지 등 제재를 받은 양육비 미지급자는 504명이며 이 가운데 양육비를 지급한 비율은 24.0%에 그쳤다. 특히 양육비 전액을 지급한 비율은 고작 4.6%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이 양육비이행관리원의 ‘권한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육비를 징수하려면 채무자의 자산을 파악한 뒤 압류하고 추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집행하는 관리원의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관리원은 한시적 양육비 지급 대상을 제외하고 대부분 양육비 채무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이들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채무자가 승낙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채무자가 금융정보 조회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가사소송법이나 민사집행법에 따라 재산조회나 압류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마져도 법원의 결정이 떨어지기까지 8개월에서 1년이 걸리기 때문에 채무자가 이 틈을 이용해 재산을 처분하거나 명의를 이전하면 방법이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관리원을 독립 법인으로 설립하는 내용의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관리원에 금융정보 조회 권한은 부여되지 않았다”며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주 정부나 양육비 이행기관이 비양육 부모의 금융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금융기관과 협력해 양육비 연체 전력이 있는 비양육 부모의 이름과 주소, 사회보장번호 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호주 역시 양육비 담당관이 법원 명령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 압류통지서 발부 권한까지 가지며, 그로부터 양육비 회수를 목적으로 한 압류통지를 받은 금융기관은 7일 안에 양육비 이행기관에 송금토록 하고 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현재 여성가족부가 ‘양육비 선지급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징수 시스템 구축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라면서 “제도 준비 과정에서 관리원에 금융정보 조회 권한을 부여하고, 양육비 이행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강력한 회수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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