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생이 온다>에서 장기적 정책 운용, 인적자본 인프라 투자 강화, 은퇴자 일자리 조기 구축 등 역설
이의현 기자2024-03-18 08:20:07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신간 <60년대생이 온다>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고령사회가 연착륙할 수 있는 10가지 방안을 제시해 주목을 끈다.
국내를 대표하는 은퇴 전문가인 김경록 고문은 지금처럼 GDP 같은 총량적 지표에 연연하지 말고 1인당 소득증가율이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소프트웨어와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확대, 고령화에 대비한 ‘동태적 안정’ 추구, 고령자 재취업 인프라 확충, 상속세 정비 등을 촉구했다.
김 고문은 우선, 경제 운용의 지향점을 총량에서 각론으로 바꿀 것을 촉구했다.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줄어드는데 계속 경제성장률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1980년 중반 이후 크게 늘린 생산설비들이 미국에 밀려 무용지물이 되면서 일본이 1990년대부터 장기 침체를 겪었던 전철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갈 우려가 크다고 걱정했다.
김 고문은 소프트웨어 보다는 사회기반 시설 같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과다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는 총량적 지표보다는 1인당 소득증가율, 취업률, 요소생선성 같은 지표를 더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김 고문은 사람이 부족하고 자본이 흔한 시대에 맞게 사회시스템을 바꿀 것을 주장했다. 과거 성장과정에서 과다해진 공장이나 설비, 도로, 학교 같은 실물 자본을 줄이는 대신 사람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적자본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물 자본을 전용하고 구조조정해 합병하고 미래지향적 소프트웨어 자본의 비중을 늘려, 소프트웨어 자본을 갖추면서 인적자본을 고도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중고령층의 재교육도 당연히 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그는 ‘정태적 균형’이 아닌 ‘동태적 안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갑자기 줄어들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자가 늘어나는데 요양인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화장장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학급수가 급격히 주는데 넘치는 학교 건물과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정태적 균형 사고는 물이 없는 물고기에게 바다로 데리고 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때가 되면 물고기는 이미 죽고 없다”고 일침 했다.
김 고문은 다음으로, 축적된 금융자산의 효율성 제고를 주문했다. 이제 젊은층까지도 노후 준비에 들어가면서 10년 전에는 GDP 대비 8배였던 국내 금융자산이 지금은 11배에 이른다며, 그렇다면 금융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여야 하며 특히 해외 및 국내 자산의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 차이나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구조를 고쳐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섯 번째로 그는 지금부터 20년 동안 계속 일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베이비부머들의 재취업 일자리 인프라 투자를 강조했다. 2030년이면 55~69세 인구가 1180만 명으로 지금보다 280만 명이 늘어난다면서, 이들이 일찍 퇴직해 소득이 없다면 결국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에 부담해야 할 비용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은퇴자를 재교육하고 고령자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탐색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섯 번째는 고령자들의 요양 문제를 첨단 기술과 접목하는 문제다. 김 고문은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 수가 매년 3%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튼튼한 요양 인프라를 구축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신 혁신 기술인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등을 적극 접목한다면 일본에 비해 20년 가량 늦게 고령화가 진입하는 우리에게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사이드의 수요를 잘 활용하고 관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면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곱 번째로 그는 고령자 고소득층의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강조했다. 이들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재분배로 소비를 촉진하는 방법은 사회적 마찰비용만 초래할 뿐이라며, 고소득 고령자들의 소비를 늘릴 수 있는 관련 시장의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들의 지갑을 빼앗기 보다는 지갑을 열게 하는 정책이 더 낫다는 것이다.
김 고문은 여덟 번째로, 세대간 문제에 관해 ‘선노노(先老老) 후노소(後老少)’를 근간으로 할 것을 촉구했다. 고령자에 대한 ‘보편적 복지’를 줄이고 ‘선택적 복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의 대상이 되는 고령자를 젊은 세대가 아닌, 같은 세대의 부유한 사람이 지원토록 하자는 것이다. 양극화를 세대 내에서 먼저 해결해 보고 안되면 세대간에서 해결책을 찾자는 얘기다.
아홉 번째로 그는 자산사회, 고령사회로 변하는 추세에 맞춰 세제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근로소득과 법인소득을 담당하는 청년층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득세와 법인세로 복지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반면에 자산가 노령층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가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재산에 대한 세금을 재검토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특히 높은 상속세로 인한 소비의 단절을 줄이기 위해, 상속세율을 낮추고 재산세율을 높이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시급한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세대 간 연금수혜에 큰 불평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빨라지는 고령화 속도만큼 연금 개혁 속도 역시 훨씬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처럼 정책 대안이 제시되었다가 반론이 제기되면 관련 논의가 바로 수면 아래로 사라지지 않도록, 사회 공론의 장을 활성화하고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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