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깡통대출’ 급증… 건설·부동산 불황에 직격탄

박성훈 기자 2024-04-17 08:44:35

은행에서 대출해주고 돌려 받지 못하는 ‘깡통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건설업과 부동산업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17일 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무수익여신은 총 3조 52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지난 2022년 말의 2조 7900억 원에 비해 무려 26.2%나 높아진 수치다.

무수익여신은 연체여신과 이자 미계상 여신을 합한 것으로 이른바 ‘깡통 대출’이라 불린다. 이 가운데 이자 미계상 여신은 부도업체 등에 대한 여신, 채무 상환 능력 악화 여신, 채권 재조정 여신 등을 포함한다.

신한은행만 6327억 원에서 6060억 원으로 4.2% 줄었을 뿐, 다른 모든 은행은 무수익여신이 크게 늘었다. KB국민은행은 5221억 원에서 7498억 원으로 43.6%나 증가했고, 하나은행도 6521억 원에서 8678억 원으로 33.1% 늘었다.

우리은행 역시 4701억 원에서 5289억 원으로 12.5% 늘었고, NH농협은행은 5130억 원에서 7682억 원으로 49.7%나 증가해 가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건설·부동산업 업체들의 부도나 채무 불이행이 이 같은 무수익여신 증가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5대 은행에서 무수익여신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차주들은 거의 건설·부동산업 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출관리를 엄격히 해야 하는 이들 은행조차 이 같은 깡통대출 증가 추세가 당분간 더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등 일부 제조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업 등 내수 경기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둔화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로 인해 중동에 다시 전운이 감도는 것도 건설·부동산업의 재무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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