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구 소득은 전년 대비 4.4% 늘었음에도 장기화한 고공 물가 탓에 소비가 더 크게 증가했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평균 빚도 7% 가량이나 줄었는데, 고금리 탓에 월 이자 상환액이 더 불어나 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17일 내놓은 ‘2023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자영업자 등 전국 1만 명의 만 20∼64세 경제활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가구 월평균 소득은 544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의 521만 원보다는 4.4%(23만 원)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구 월평균 소비는 261만 원에서 276만 원으로 5.7%(15만 원)나 증가해 소득 상승분을 갉아 먹었다. 가구 소득에서 지출 항목별 비중은 소비가 50.7%(276만 원)로 가장 높았다. 이어 부채상환 9.9%(54만 원), 저축·투자 19.3%(105만 원) 순이었다.
소비 중에서는 특히 식비가 23.2%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교통·통신비(14.5%), 월세·관리금·공과금(12.7%), 교육비(10.1%), 의료비·건강보조제 구입비(5.1%)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자 가운데 직장인 5000명에게 따로 ‘작년보다 올해 소비가 더 늘었는가’ 묻자 38.7%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68.6%의 직장인은 올해 도시락을 싸거나 약속이 없는 날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등으로 점심 값을 줄이려 노력한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점심 값 절약 그룹의 68.3%는 여전히 현재 6000원인 평균 점심 값이 비싸다고 인식했고, 22.6%는 5000원까지 더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1만 가구의 지난해 평균 보유 자산이 6억 294만 원으로 조사됐다. 2022년보다 4.8%(2788만 원) 늘었다. 하지만 소득 계층별 자산 증가 규모에는 큰 차이를 보였다.
상위 20%의 소득 5구간 계층의 자산은 평균 11억 6699만 원으로 1년 새 4564만 원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중 하위 20%의 1구간은 평균 1억 6130만 원, 하위 20~40%인 2구간은 평균 3억 3391만 원으로 집계되어 자산 증가 폭이 각 1291만 원, 1582만 원에 그쳤다.
가구 자산 가운데는 부동산 비중이 79.7%로 가장 컸다. 이어 금융자산과 기타자산이 13.6%, 6.7%였다. 전년인 2022년과 비교해 부동산 비중은 80.2%에서 79.7%로 소폭 줄어든 반면 금융자산은 13.5%에서 13.6%로 소폭 늘었다.
조사 대상 10 가구 가운데 6 가구인 64.8%가 부채를 갖고 있다고 답했지만, 부채 가구 비율은 2022년의 66.8%에서 조금 낮아졌다.
소득 계층별로 부채 가구 비율과 전년대비 상승 폭은 5구간이 71.0%(-5.0%p), 4구간이 74.9%(-1.1%p), 3구간이69.8%(-4.0%p), 2구간이 60.0%(-4.2%p), 1구간이 48.4%(+4.4%p)로 조사됐다. 소득 최하위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빚을 진 가구의 비중이 축소된 것이다.
부채를 가진 가구의 평균 부채 잔액은 1억 201만 원으로 1년 사이에 7% 줄었으나, 고금리 탓에 월 부채 상환액은 평균 85만 원에서 93만 원으로 8만 원이 오히려 늘었다.
향후 1년(2024년)의 가계 생활 형편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 예상한 비율이 22.6%에 불과했다. 47.2%는 2023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고, 30.2%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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