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으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특히 은퇴자 혹은 은퇴를 앞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동안 모아든 노후자산의 가치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다. 계속 얇아지기만 하는 지갑은 그런 우려를 더욱 부채질한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가 장기 인플레이션 속에서 내 노후자산을 지키는 법을 소개해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해 본다.
- 퇴직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은 치명적이지 않나. “저축과 연금에 의존해야 하는 퇴직자들에겐 인플레이션이 큰 위협이다. 인플레이션은 노후자금의 수익률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때문에 돈을 꺼내어 쓸 수 있는 기간을 단축시킨다. 인플레이션 시기에 한 번 높아진 소비 수준이 이후에 잘 줄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퇴직자로 살아가는 시기에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만나지 않는데 최선이다. 미국의 경우 1968년 10월 이후가 퇴직자에게 최악의 30년이었다. 주식시장은 약세장으로 인해 투자 수익률이 낮았고, 1967년부터 1982년 사이에만 물가가 세 배 오르기도 했다.”
-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내 노후의 삶을 보호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노후 자산의 일부를 주식과 같은 성장형 자산에 배분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는 물가상승률과 연동이 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개인이 직접 운용해야 하는 연금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퇴직연금 가운데는 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 IRP 계좌가 이에 해당된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 계좌가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편중되어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구조다.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 원금 지키기에 초점을 둔 노후자산 포트폴리오는 위험하다는 얘기인가. “원금을 지키는 게 중심인 포트폴리오는 아무래도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보스턴 칼리지 은퇴연구센터의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보니, 2021년 이후 4년 동안 자산 상위 1/3 집단은 금융자산이 4.3%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하위 1/3 집단은 18.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었다고 한다. 인플레이션이 은퇴자의 금융자산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자산이 적은 쪽에게 더 컸던 것이다.”
- 왜 그런 결과가 나왔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상위 1/3 집단은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서도 가치가 오르는 주식과 같은 성장 자산을 보유했다. 반면에 하위 1/3 집단은 현금 및 예금 중심의 자산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원금을 지키려는 생각이 공고할수록 인플레이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기대와는 반대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 그렇다면 노후 자산에 대해 어떤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좋을까. “노후자산에서 주식과 같은 성장자산의 비중을 무작정 늘린다고 수익률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다면 자산배분형 펀드를 검토해 볼 것을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TDF(타깃데이트펀드)와 같은 상품을 통해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등에 골고루 투자하며 인플레이션 헷지를 추구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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