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헌혈 영웅” … 45년 동안 700회 나눔 실천한 이승기(68) 씨 ‘화제’

이의현 기자 2024-06-24 08:38:44
이승기 씨(사진 오른쪽)가 700회 현혈을 기념해 '바른 헌혈자' 증서를 받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헌혈의집 중앙센터에서 68세의 이승기 씨가 700번째 헌혈을 마쳤다. 국내에서 8번째 기록이었다. 현장에 모여 있던 관계자들이 모두 뜨거운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 씨가 내보인 ‘헌혈 일지’를 보면 그는 45년 전인 23세에 처음 헌혈을 시작했다. 그는 헌혈할 때마다 1만 원씩 모은 알토란 같은 700만 원을 이날 대한적십자사에 기증했다. ‘진정한 헌혈 영웅’ 다운 나눔의 실천이었다.

이 씨는 처음에는 단순한 마음으로 헌혈을 시작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환우회를 통해 백혈병, 심장병 환자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작은 헌혈 활동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1987년에 지인의 부탁으로 백혈병을 앓는 20대 여성에게 혈소판 성분 헌혈을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한 동안 잊고 지냈는데 그 환자의 아버지로부터 딸이 완치돼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계속 헌혈을 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이 가능하던 때에는 두 달에 한 번, 1990년 이후 성분 헌혈이 가능해진 뒤로는 거의 2주에 한 번꼴로 혈액원을 찾아 헌혈 나눔을 실천해 왔다.

헌혈 때문에 자신의 취미 활동까지 포기하기도 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중 최근에 구로 사진 동아리 회원들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5박 7일 해외 출사를 갈 계획이었는데, 헌혈을 해야 해서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헌혈 정년인 만 69세가 지나면 여행을 다닐 계획”이라며 크게 웃었다.

이제 곧 헌혈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데 대해 이 씨는 “저출산으로 헌혈자는 줄고, 고령화로 수혈자는 늘고 있다”며 “헌혈 정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 헌혈 정년이 늘어난다면, 죽을 때까지 헌혈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기 씨가 항상 품에 넣고 다니는 '헌혈 명함'

헌혈 정년이 늘어나지 않더라도, 죽을 때까지 헌혈 동참 운동에 매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내보였다. 실제로 그는 ‘사랑의 헌혈에 동참해주세요. 헌혈하는 당신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보여 주었다.

이 씨는 그 좋아하는 술도 헌혈 때문에 조절할 정도로 헌혈에 진심이었다. 헌혈하기 3∼4일 전에는 술도 안 먹고 커피, 홍차도 마시지 않으며 맑은 피를 보전하려 애썼다. 그는 “건강해야 헌혈한다고 하지만 이제는 헌혈해서 건강하다고 생각한다”며 만족해 했다.

남편의 헌혈 실천을 적극 지원해 온 아내 임찬영(63)씨도 이날 헌혈에 동참해 훈훈함을 더했다. 임 씨는 남편을 두고 “내 남편이지만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어 대단해 보인다”며 남편이 헌혈을 하고 오는 날은 삼겹살 파티를 자주 열어준다며 웃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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