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꼭 밀어 부쳐야 하나

조진래 기자 2024-08-02 17:28:46

야당이 발의한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이른바 ‘전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둘러싼 여야 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틀째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보인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13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확보해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나눠준다는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막대한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적자국채를 발행해 국가채무를 늘릴 것이 뻔한 일을 강행하려는 의도가 우려스럽다.

야당에서는 정부가 허투루 재정을 낭비하다 그렇게 된 것을 이제와서 곳간 타령을 한다고 비판하지만, 따지고 보면 지금 재정이 불안한 것은 전 정부, 그리고 그 훨씬 전부터 지금 야당의 뿌리인 정치권이 늘상 재정확대를 독려해 온 결과임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대통령실도 밝혔지만, 13조 원이나 투입될 재원에 비해 구 실제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차라리 그 절반의 예산으로라도 정말 어려운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을 돕는 방안이 훨씬 협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적절한 규모와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공동노력이 절실하다.

재정 여력도 지금 너무 빠듯해, 자칫 대규모로 현금을 지급한 후에 나타날 후유증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3조 원 가량이 투입되어야 할 재원 가운데 중앙정부가 모두 떠안을 수는 없는 노릇인데, 20% 정도만이라도 부담할 수 있는 지자체도 별로 없어 보인다.

25만 원 그 이상을 나눠준다고 할 경우엔 지방정부는 두 손, 두 발 모두 들 수 밖에 없으며 중앙정부도 버티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 자명하다. 자칫 미래 세대에게 그 부담을 전가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더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문제다.

야당은 ‘전가의 보도’ 마냥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하지만, 지금은 엄밀히 따져 추경을 편성할 만큼 국가 위기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무리하게 추경을 밀어붙일 경우, 국가경제에 큰 주름이 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할 상황이다.

지금 세수 부문의 난제는 법인세가 걷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년 연속 ‘세수펑크’가 확실시되는 것도 사실은 법인세 세수 부족 탓이 크다. 그만큼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부터 해결해야 순서다.

야당이 행정 집행이나 사법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집행력을 가지는 ‘처분적 법률’ 형태로 민생회복지원금법을 추진한다는 자체도 문제다. 나라 재정이 거덜나도 전국민 지원금을 주는 게 최우선이라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그렇게 국민들에게 현금을 나워주면 가계살림에도 도움 되고 소비도 촉진되니 일석이조가 아니냐는 낙관론을 펴지만, 그 반대로 민생회복지원금이 오히려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더 자극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가볍게 흘려 들어선 안될 일이다.

예전 코로나 시국에서 현금 지원이 이루어졌던 당시를 회상해 보면 답은 나온다. 풀린 돈 만큼 소비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진작되지 않았다. 차라리 여야가 함께,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이 나눠주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길 기대한다. 

그것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정치권이 해야 할 몫이다. 내가 하면 국민을 위한 것이고,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라는 식의 해묵은 내로남불 비판전은 국민들만 피곤하게 할 뿐이다. 정말 볼썽 사나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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