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급여의 연금화가 노후 자산축적의 ‘첫 걸음’

이의현 기자 2024-09-04 11:29:53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은 소중한 노후 대비 자산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퇴직금이 어느 순간 다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해야 내 소중한 퇴직급여가 누수 되지 않고 노후자산으로 축적할 수 있을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이규성 선임연구원이 퇴직을 앞둔 50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소중한 팁을 전해준다. 일문일답으로 요약해 소개한다.

- 우리나라는 퇴직연금 수령 비중이 어느 정도 되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49.7%로 여전히 낮다. 계좌 수 기준으로는 10.4%에 불과하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많을수록 연금 형태로 수령하려는 가입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적립금 규모가 작을 경우 여전히 일시금 인출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다. 연금수령을 선택한 계좌의 평균 적립금은 1억 3976만 원인 반면 일시금 수령 선택계좌는 평균 1645만 원에 그치고 있다.”

- 근로자의 퇴직연금 자산축적과 연금화를 저해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첫째는 퇴직연금 가입여부, 둘째는 잦은 이직, 그리고 마지막으로 퇴직금 중간정산 및 중도인출이다.”

- 퇴직연금 가입 여부가 큰 변수라는 것은 무슨 말인가.
“퇴직연금 가입자의 은퇴시점에 예상퇴직연금자산은 평균 1억 4016만 원으로, 퇴직연금 미가입자의 9350만 원보다 약 67%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상퇴직연금자산이란, 현 직장에서 퇴직할 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급여와 전 직장에서 수령한 퇴직금여 중 연금계좌에 이체한 금액과 운용수익을 합한 것을 말한다.”

- 퇴직급여 제도별로도 예상퇴직연금자산이 차이나 큰가.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9350만 원으로 가장 적게 나타났다.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경우가 1억 4916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DB형 퇴직연금 가입자도 1억 3419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 퇴직연금 자산축적 규모가 연금수령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하나.
“응답자의 예상퇴직연금자산을 5개 분위별로 구분해 조사해 보니, 하위 20%인 2000만 원도 못 받을 것이라 응답한 사람의 49.3%가 퇴직연금 미가입자였다. 미가입자 중에 연금수령 의향이 있다는 비중은 39%였던 반면에 퇴직연금 가입자의 61%는 연금수령 의향이 있다고 밝히는 등 차이가 컸다. 결국 퇴직연금 가입자가 미가입자보다 자산축적 규모도 크고 연금수령 의향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퇴직급여 누수의 한 원인 잦은 이직이라고 했다. 얼마나 이직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나.
“50대 직장인 중 67%가 이직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평균적으로 2.6회 직장을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경험자 중 1회가 27%, 2회가 26%, 3회가 22%, 4회가 9%였고 5회 이상도 16%였다. 아무래도 사업장 규모가 작은 회사의 근로자일수록 이직경험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100~300인 사업장 근로자가 77%, 300~1000인이 68%, 1000인 이상이 52%였다.”

- 이직 경험자들은 전 직장의 퇴직금을 어떻게 처리했나.
“원래는 퇴직급여를 IRP나 연금저축 같은 연금계좌에 넣어두고 계속 불려야 한다. 그런데 이직 경험자 669명 중 무려 43.8%(293명)가 전 직장 퇴직금을 모두 소진했다고 응답했다. 모두를 연금계좌에 놓은 경우는 12.1%에 그쳤다. 모두 일반계좌에 넣은 경우가 14.2%, 일부를 일반계좌에 넣은 경우도 17.6% 달해 안타까웠다. 2022년 4월 퇴직금 IRP 이전이 의무화되기 전이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 퇴직급여를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따라 예상퇴직연금자산 규모에도 차이가 있었나.
“퇴직금을 모두 소진했다고 답한 사람들은 9208만 원으로 추산되었다. 일부 일반계좌에 보관한 경우 1억 1389만 원, 일부 연금계좌에 보관한 경우 1억 1567만 원, 정부 일반 계좌에 보관한 경우 1억 817만 원이었다. 전부 연금계좌로 옮긴 경우는 1억 8517만 원으로 거의 2배가 났다.”

- 퇴직급여 모두 또는 일부를 소진한 사람들은 어디에 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나.
“32.2%가 주택구입자금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구입이 26.4%, 전월세 보증금이 6.2%였다. 이 밖에 부채를 상환했다는 응답이 26%, 자녀교육비로 썼다는 응답이 12.4%였다. 어디에 썼는지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1.3%에 달했다. 여행 경비나 본인 의료비 등 전체적으로 소비성 지출에 사용했다는 응답이 41.1%였다.”

- 이직이 점점 잦아지는 추세다. 잦은 이직에 따른 퇴직급여 누수를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제도적 차원에서는 퇴직금을 IRP로 이전, 보존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연금계좌가 가진 세제혜택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면서, 장기적으로 자산 축적의 중요성을 인식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 퇴직금 중간 정산 및 중도인출은 주로 어떤 사유로 이뤄지나. 
“응답자의 35%가 중간 정산 및 중도인출 경험을 갖고 있었다. 횟수는 평균 1.5회였다. 1회가 65%, 1회가 26%, 3회가 8%였다. 주택 구입 용도가 29.9%로 가장 많았다. 주택 전세금 또는 임차보증금이 14.3%, 본인과 가족 의료비가 10.2%였다. 전체적으로 개인적인 사유가 55.8%에 달했다. 하지만 연금 도입 및 임금피크, 승진 등 회사 사정으로 인한 비자발적 정산 및 인출도 44.2%에 달했다.”

- 이번 조사가 주는 시사점은 어떤 것인가.
“퇴직급여가 온전히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 제도 의무화가 되어야 하고, 연금수령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근로자들도 이직과 중간정산 및 중도인출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퇴직급여 누수를 최소화하고 퇴직급여가 노후생활비 재원으로 축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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