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추석은 물론 평상시 응급의료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조진래 기자 2024-09-05 10:37:25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밤 경기도 의정부성모병원의 심야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응급 의료체계를 살펴보았다고 한다. 그 동안 응급의료체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낙관으로 일관했던 정부가 이번 윤 대통령의 심야 응급센터 방문을 계기로 보다 현실적인, 그리고 보다 완벽한 국가 응급의료 시스템 구축에 서둘러 나서길 기대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강도가 높고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필수 의료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적절한 보상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응급의료가 필수 의료 중 가장 핵심인데, 국가에서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도와드리지 못한 것 같아 참 안타깝다”며 예비비를 편성해서라도 응급센터를 지원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특히 그동안 정부의 수가 정책이나 의료제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데 공감하면서 “고위험, 중증 필수 의료 부문이 인기과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 개선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필수 의료 인력들에 대한 지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의료인의 법적 리스크나 보상의 공정성 문제도 전랭적으로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현장 의료진과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결과가 조속히 반영되길 기대한다. 의료 현장의 긴박한 현실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무시하고 단순히 의대생 정원 증원이 되면 해결될 문제라는 안이한 인식, 전공의 집단 이탈로 현장 의료 공백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별 문제 없다는 겉치레 통계만 제시해 왔던 정부가 새로운 인식을 가져주길 바란다.

물론 응급실 등 의료 현장에서 나오는 우려와 하소연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지거나 위기감을 조성하는 데 악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대비해도 모자라지 않는 것이 의료 현장이고 국민들의 건강과 안녕이다. 단순히 추석을 앞두고 민심 달래기용 예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추석만을 대상으로 한 응급체계 점검으로 끝나서도 안될 것이다.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탄탄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급한 대로 응급실에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를 투입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들 역시 당장 현장에서 메스를 들기엔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여전히 현장에서는 야간 및 휴일진료 차질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빚어지는 ‘땜질식 처방’에서 더 나아가 보다 근복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라든가, “응급실이 위기인 것은 맞지만 붕괴까지는 아니다”라는 구테의연한 인식으론 안된다. 대통령처럼 직접 현장을 찾아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갈수록 진료 불능 상황이 확산되고 중증 이상 환자가 늘어날 경우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경증 환자들에게 동네 병·의원이나 가까운 중소 병원 이용을 재촉하지만, 경증인지 중징인지를 정부가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와 국민의 입장에서 만들어가는 정책이어야만 의료대란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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