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처럼 큰 돈 벌려면 ‘현금 다루는 기술’ 필수

이의현 기자 2024-09-17 08:05:34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수익률’이다. 안정적으로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싶으면 ‘배당주’를 찾고, 투자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배당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얻고 싶으면 ‘성장주’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올린 기고문에서 윌리엄 손다이크가 쓴 ‘현금의 재발견(The Outsiders)’을 소대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 책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싶은 최고경영자나 지속적으로 시장 평균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놀랄 만한 혜안을 안겨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윌리엄 손다이크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오랫동안 높은 주가 상승률을 올리는 기업을 찾았다. 그 결과, 수십 년 동안 연평균 주가상승률이 S&P 500을 상화하고, 동종업계 기업들 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기업들을 찾아냈다. 

그는 한 때 글로벌 최고기업으로 평가받았던 GE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재임 기간 동안 회사 주가를 연평균 20% 이상 끌어올린 잭 웰치 GE 전 회장보다 더 뛰어난 최고경영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그는 잭 웰치 보다 더 뛰어난 실적을 보여준 기업 8곳을 찾아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외에 다른 7개 기업은 일반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업이었다.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대부분 월가의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애널리스트들과 거의 왕래하지 않고, 경영자라기 보다는 투자자에 가까웠다. 매출과 이익에 얽매이기 보다는 잉여현금흐름에 집중했다. 중앙 집권적 경영을 배척하고 철저하게 사업단위 책임자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회사의 일반적인 경영은 COO(최고운영책임자)에게 맡기고 자신은 ‘자산배분’에만 집중했다. 잉여현금흐름을 어디에 쓸 것인지가 이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주당 순이익(EPS)’에 목숨을 걸었다. 3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로 증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재무지표는 ‘주당 순이익의 꾸준한 증가’였다.

주당 순이익을 높이려면 영업이익부터 늘려야 하겠지만, 또 다른 비법은 발행 주식 수 감소에 있었다. 자사 주식을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고서도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자사주 매입’이었다. 자사주 매입분은 의결권이 없어, 주당 순이익을 계산할 경우 자연스럽게 자사주 매입분만큼 주식수가 줄어들어 주당 순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자사주를 매입하려면 현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흑자경영’이 필수인 것은 당연하고 잉여현금흐름이 넘쳐나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외부 차입이나 비주력 사업 매각도 진행했다. 8개사 가운데 3개사는 배당을 한 푼도 하지 않았다. 5개사도 시늉만 낼 정도였다. 

이렇게 끌어 모은 돈으로 이들 기업은 자사주 매입과 돈이 될 만한 기업인수에 사활을 걸었다. 회사 주가가 본질 가치 밑으로 떨어질 경우에만 자사주를 매입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제외한 모든 기업들의 자사주 보유 비율이 30%를 웃돌았고 90%인 기업도 있었다.

이들 기업은 특히 기업인수로 새로운 잉여현금흐름을 확보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회사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금을 창출해낼 ‘숨은 강자’를 사들이기 위해서였다. 기업인수 때도 본질 가치 이하로 상대 회사 주가가 떨어져야 나선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김 박사는 이를 ‘인내력의 싸움’이라고 했다. 10년 가까이 투자하지 않고 기회를 엿보는 기업도 있었다고 전했다. 외부시선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경쟁사가 몸집을 키워도 아랑곳 않고, 10% 이상 투자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 나타나기 만을 기다렸다.

기업인수 때는 외부 차입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결코 유상증자는 하지 않았다. 주식수가 늘어나면 주당 순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이런 노력 끝에 이들 ‘역 발상 기업’들은 S&P 500보다 20배 높은 주가상승률에 경쟁 기업 대비 7배 이상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김 박사는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현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면서 “현금도 투자상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빚을 지지 않고 생활이 가능한 ‘재무적 안정’을 달성하는 것이며, 이때 필요한 것이 ‘비상 현금’”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투자할 때도 ‘투자 적기’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마음 근력’과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체 포트폴리오 중 현금 비중이 20~30%는 돼야 한다면서, 금융자산 가운데 20% 가량을 현금으로 들고 있으면서 몇 년을 기다릴 수 있다면 ‘재무적 자유’로 갈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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