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하면서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소외’가 더 가속화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자본시장 포커스’에 낸 기고문에서 “노년층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의 금융 소외 문제는 이제 세계적 이슈”라면서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이에 관한 대응책이 금융앱의 ‘간편 모드’(쉬운 화면)밖에 없는데다 실효성이 떨어져 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특히 최근 국내 금융회사들이 ‘AI 전환’을 목표로 증시 차트 자동 해석이나 음성 검색 같은 AI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으나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 계층에 대한 장벽이 높고 인공지능 유행을 악용한 신종 금융 사기를 촉발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신 미국 오픈AI사의 ‘챗GPT’ 명칭을 도용해 ‘챗GPT가 알려주는 재테크 정보’라는 이름을 붙여 엉터리 투자를 권하는 ‘리딩’ 사기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연구를 주관한 정지수 선임 연구원은 “한국은 국제적 관점에서 신기술 활용 면에서 우수한 나라로 평가되지만, 소외 계층의 디지털 활용 역량이나 문제 해결 능력 등은 매우 부족해 이들을 노린 신종 금융 사기 및 피해 사례가 늘어나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기술 투자를 격려하면서도 이런 취약 계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 금융 소외 대책의 부족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현재 유일한 대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금융 앱의 간편 모드와 관련해 그는 “일반 모드와 별 차이가 없는 데다 회사별로 화면 구성이 달라 오히려 불편하다”고 비판했다.
간편모드는 작년 6월 국내 18개 은행이 간편 모드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카드·증권·보험사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정 연구원은 “미국이나 영국, 스웨덴 등은 노령층이 최신 금융 서비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잇따르자 현금 취급 의무화, 기술 교육, 신종 금융착취에 대한 예방 조처 같은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같은 금융 선진국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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