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주식형 ETF 중 모든 S&P 500 종목에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S&P 500 동일가중 ETF’라는 다소 생소한 ETF가 주목을 끌었다. 미국과 유럽, 캐나다, 호주에 상장돼 있다가 최근 한국 시장에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관련 ETF가 등장했다.
S&P 500 지수의 경우 IT 섹터 비중이 30%를 웃돌고,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 합이 34%로 매우 높다. 반면에 동일가중 방식의 S&P 500 지수는 모든 종목을 0.20%씩 편입해 분산투자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IT 섹터 비중도 13% 수준이고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 합은 2% 미만이라 그만큼 리밸런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시가총액가중 방식보다 장기 성과 앞서 임종욱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 팀장은 “S&P 500 동일가중 지수는 미국 대표 종목에 투자하고 싶지만, 과도한 집중이나 쏠림이 부담스러운 투자자에게 효과적인 투자 대안”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위 500개 종목을 0.2%씩 균등하게 투자하는데다 매 분기마다 필요 시 종목 및 비중을 변경해 자동적으로 리밸런싱 효과를 얻고 장기적으로 양호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0년부터 최근까지 30여 년간의 장기 성과 추이를 보면, 시가총액가중 방식의 S&P 500 지수 대비 S&P 500 동일가중 지수가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S&P 500 지수만이 아니라 일본, 호주 등의 시장대표지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 등 이른바 M7종목이 올 들어 7월까지 137%나 상승하며 S&P 500 지수 내에서 M7종목의 비중이 32%로 역대급이라는 점은 자칫 시장 조정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임 팀장은 그래서 S&P 500 동일가중 지수가 소수 종목이나 특정 업종 쏠림에 대한 우려를 줄일 투자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한다. 500개 종목을 0.2%씩 동일하게 담아 ‘쏠림’이 없어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며 시장을 상회하는 성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 금리인하기에 기대되는 S&P 500 동일가중 지수 올 들어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는 등 호조세다. IT 섹터를 비롯한 M7 등 소수 종목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S&P 500 지수는 크게 상승한 반면, S&P 500 동일가중 지수는 상대적으로 저점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S&P 500 동일가중 지수는 하락 후 반등장세에서 시가총액가중 지수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직후의 시장 폭락기와 이후 강세장 전환의 시기에서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S&P 500 동일가중 지수는 다가올 금리인하기에 효과적인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임 팀장은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 그 동안 억눌렸던 중소형주의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S&P 500 동일가중 지수는 중소형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2001년 닷컴버블 붕괴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까지 금리 인하가 시작된 이후 지수의 1년 성과를 비교해 보면, S&P 500 시가총액 방식에 비해 S&P 500 동일가중 방식이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 S&P 500 투자 시 일부 동일가중 지수 분산투자를 특정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쏠림 현상을 완화한다는 면에서 동일가중 방식은 분산효과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소형주 비중이 시가총액가중 방식보다 높기 때문에 동일가중 지수의 변동성이 높을 수 밖에 없으니 유의하는 것이 좋다.
임 팀장은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 투자한다면 두 가지 방식을 함께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예를 들어 S&P 500 시가총액가중 지수에 70%, S&P 500 동일가중 지수에 30%를 섞어 투자하는 식이다. 누적수익률에서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인 장기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으며, 시가총액가중 지수에 100% 투자할 때 보다 위험 대비 수익률에서도 우수한 모습을 보이는 구간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S&P 500 동일가중 지수에만 투자하기에는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오를 때 아쉬울 것 같고, S&P 500 시가총액가중 지수에만 투자하기엔 금리 인하기나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들의 주가가 좋을 때 아쉬울 것 같다면, 둘을 함께 투자하는 것도 좋은 솔루션이 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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