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두 얼굴의 서울 부동산 시장… 천장 뚫은 아파트 분양가 vs 악성 미분양은 4년 내 최다
박성훈 기자2024-09-30 09:27:41
서울 지역 아파트 시장에 명과 암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분양가는 연일 최고치를 뚫으며 ㎡당 평균 2000만 원을 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월 분양한 포제스 한강이 4166만 원으로 역대 최고 분양가를 경신하는 등 올 들어 벌써 5곳 단지가 평당 20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반면에 주택거래는 급격히 줄어 8월에 7600건을 간신히 남을 정도다. 악성 미분양은 거의 4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이런 양극화 현상은 당분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 서울 아파트 분양가 연일 수직상승 올해 ㎡당 평균 분양가가 2000만 원을 넘는 단지가 5곳에 달한다. 한국부동산원의 ‘2020년 이후 연도별 평당 분양가 상위 20위 아파트 단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당 분양가가 가장 높은 아파트는 지난 1월 광진구에서 분양한 ‘포제스 한강’으로 4166만 원에 달했다. 당시 역대 최고가로 평당 기준으로는 1억 3770만 원에 달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2088만 원),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2066만 원),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2030만 원),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200만 원) 등 강남권 신규 분양 아파트들이 ㎡당 분양가 2000만 원을 웃돌았다. 2021년 분양 당시에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던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지난 5월에 실시한 조합원 취소분 분양가가 올해 기준 7위에 해당했다.
청약 경쟁률도 올 들어 뚜렷한 상승세다.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원 취소분 경쟁률은 무려 3만 5076대 1을 기록했다. 이어 ‘래미안 원펜타스’(459.1대 1),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415.9대 1), ‘아산 탕정 삼성 트라팰리스’(407.5대 1) 등도 평균 경쟁률이 400대 1을 넘겼다. 작년에는 가장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동탄 레이크파크 자연앤 e편한세상’이 330.1대 1였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경쟁률이다.
◇ 8월 들어 서울 주택거래량 ‘뚝’…악성 미분양 속증
이런 강남권의 역대급 분양 상황과는 달리 서울 자역 전체 주택 거래량은 급냉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30일 발표한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7550가구로 전월보다 5.9%(4272가구) 줄었음에도 악성 미분양 주택은 1만 6461가구로 전달보다 2.6%(423가구) 늘면서 2020년 9월(1만 6883가구)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악성 미분양은 2821가구로 전월보다 2.7% 줄었지만 여전히 거래 부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8월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만 992건으로 두 달 연속 1만 건을 넘어섰지만 이 역시 7월(1만 2783가구)보다는 거래량이 14.0%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의 4073가구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서울 주택거래량 중 아파트 거래는 7609건으로, 7월의 9518건 보다 20.1%나 크게 줄었다.
주택 공급지표인 착공, 분양, 준공 규모는 증가세지만 선행지표인 인허가는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특정 지역 중심으로만 증가세를 보여 향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8월 전국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만 8478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3% 줄었는데, 서울 주택 인허가는 3375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66%나 급증해 그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 서울 수도권 아파트 양극화 더 지속될 듯 특히 분양과 준공 간의 시차가 있는 상황에서 올 들어 8월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준공이 1만 8589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2%나 감소했다는 점도 향후 서울 부동산 시장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자칫 미스 매치가 나타나 아파트 가격을 더 끌어올릴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참고로 올해 누계 기준으로도 수도권 아파트 준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0% 가량 감소했다.
부동산원 자료를 공개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은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잠재울 수 있도록 정부가 부동산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남구 한 부동산 관계자는 “알짜 1주택 수요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 서울 강남권 중심의 분양가 및 거래가 상승 기조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꺾이지 않는 분양 수요를 잡으려 하기 보다는 거래 과정의 불법과 탈법을 막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