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리운전 기사도 노조법상 근로자로 첫 인정

박성훈 기자 2024-10-02 14:57:35

중·장년이 많이 참여하는 대리운전 기사도 앞으로는 근로자의 지위를 최소한도로 부여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단체교섭이 가능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일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달 27일 부산의 대리운전 업체 A사가 기사 B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A사는 B씨를 비롯한 기사들과 동업 계약을 체결하고 고객의 콜이 들어오면 다른 협력 업체들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기사들에게 배정하는 사업을 했다. 

2017년 10월에 동업 계약을 체결한 B씨는 이후 2018년 12월 설립된 ‘부산 대리운전산업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노조는 이듬해 1∼2월 A사를 상대로 단체 교섭을 요구했다. A사는 대리기사들이 독립적인 사업자라며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소송의 쟁점은 대리기사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등에 의해 생활하는 자’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모두 B씨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고 보고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A사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4년여 심리 끝에 같은 결론을 냈다.

대법원은 B씨가 대리운전 기사로서 그 소득을 A사와 협력업체들로부터 배정받은 고객의 콜을 수행해 받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속된 정도가 강한 편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동업계약서에 따라 기사들이 업체에 내야 하는 수수료, 업무 수행 시 준수할 사항이나 받아야 할 교육 등을 A사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 해지까지 가능했다는 점에서 지휘·감독 관계도 존재한다고 보았다.

또 A사와 B씨의 계약 관계가 상당 기간 지속됐고 B씨가 A사를 통하지 않고는 대리운전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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