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임상시험’ 사망자 속증… 피해자 최소화할 안전장치 강화해야

조진래 기자 2024-10-16 08:05:06

약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실험에 참여했던 환자들이 약물이상반응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속증하고 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발표는 충격 그 자체다. 최근 5년 동안 임상시험에 참여했다가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등지거나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던 사람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임상시험 중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 약물 이상 반응(SUSAR)’으로 사망한 경우가 41건, 입원한 경우는 480건에 달했다. 임상시험 참여자가 사망 또는 입원한 사례는 2019년 34건(입원 256건), 2020년 33건(298건), 2021년 35건(426건)에서 2022년 42건( 466건), 2023년 61건(621건)으로 최근일수록 더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5년 전인 2019년에 비해 지난해의 사망 및 입원 건수는 2배 안팎 씩 속증 했다. 올해도 벌써 8월까지 사망 건수가 이전 5년의 연간 규모를 웃돌 정도로 임상시험의 피해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약의 효능을 시험하는데 기꺼이 자신을 바친, 어쩌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당사자들에게 무어라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임상시험을 받는 와중에도 다름 병원에서 사망하거나 심지어 자택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니 더더욱 충격이다. 집에서 혼자 쓸쓸하게 세상과 하직하는 분들 가운데는 유가족에게 연락도 닿지 않아 원인불명으로 사망 처리된 사례가 27건에 달한 것으로 보고되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임상시험을 시행한 국내외 기업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 SUSAR로 인한 사망 사례가 가장 많이 보고된 기업들이 주로 해외 다국적 제약회사라는 점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나 한국로슈, 한국화이자제약 등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가능성을 믿고 의지했던 환자들에게 과연 그 기업들이 얼마나 예우해 주었는지 궁금하다.

물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투약 대상자들의 상당 수가 기저 질환을 갖고 있거나 항암제를 투여받는 환자들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직 검증이 채 되지 않은 신약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큰 리스크를 안은 채 시험에 임하는 것인 만큼 그 누구보다 더 철저하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임상시험 중 이상 반응에 따른 사망과 입원 건수가 지금처럼 계속 늘어난다면 임상시험 시도 자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참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들이 임상시험 도중에 이상 반응을 보일 경우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특단의 안전 대책이 요구된다. 해당 제약회사들 뿐만 아니라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식약처도 적극 나서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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