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에 25개 자산운용사가 공동으로 ‘디딤펀드’를 선보였다. 연금 운용에 특화된 밸런스드펀드(Balanced Fund)다. 기존의 타깃데이트펀드(TDF)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연금 운용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가 때 맞춰 두 상품을 비교 분석한 글을 올려 주목된다. 그는 위험자산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 TDF의 매력은 생애주기에 따른 자동 자산배분 TDF(Target Date Fund)는 은퇴예상 시점에 맞추어 펀드 내 주식과 채권 비중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자산배분형 펀드이다.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공격적으로 투자하다가 은퇴 목표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 비중을 높여 안정성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각 회사별로 고유의 ‘글라이드패스’라고 불리우는 자산배분 곡선에 따라 자산군의 비중을 조절한다.
가입자가 TDF를 고를 때는 펀드 이름에 기입된 2045, 2055 등 목표 연도를 확인해, 본인이 예상하는 은퇴시점에 맞는 펀드를 고르면 된다. TDF는 지난 8년 간 163배나 성장해 판매고 10조 원을 달성하는 등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 디딤펀드는 위험수준을 ‘이븐(even)하게’ 유지 디딤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자산배분 펀드라는 점, 그리고 퇴직연금 적립금을 100% 전액 이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TDF와 동일하다.
하지만 TDF가 운용기간이 흐름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데에 반해 디딤펀드는 위험자산 비중을 비교적 일정한 범위로 유지하면서 시장상황과 자산가치 변동에 따라 자산배분을 조정해 나간다는 점이 다르다.
위험수준이 운용기간 동안 ‘이븐(even)하게’ 유지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식 채권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배분을 수행하는 펀드를 ‘밸런스드 펀드(Balanced Fund)’라고 부른다.
25개 자산운용사가 디딤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목표 위험관리에 집중하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빅 테크 기업 투자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TF로 하는 자산배분을 특징으로 내세우는 펀드도 있다.
오현민 수석매니저펀드는 “펀드 별로 50% 한도 내에서 위험자산 목표치를 설정하는 만큼, 관심 있는 디딤펀드가 정확히 어떤 컨셉으로, 어느 정도의 위험 수준으로 운용되는지 펀드의 투자설명서를 통해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TDF vs 디딤펀드, 당신의 선택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TDF와 디딤펀드 중 하나만 고른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오 수석매니저는 “우열은 없다”고 평가한다.
그는 스탠포드대학 경제학과의 존 쇼븐, 다니엘 월튼 교수가 2020년에 내놓은 전미경제연구소의 연구자료를 소개하면서, 밸런스드 펀드가 투자자의 위험선호도를 나이만 가지고 규정하는 TDF의 아쉬운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드시 젊다고 해서 높은 위험을 선호하고, 나이가 많다고 낮은 위험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오 수석매니저는 “운용기간 내내 50% 이내로 꾸준히 위험자산 비중을 유지하고 싶다면 디딤펀드를, 위험자산 비중을 70~80%에서 시작해 은퇴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30~40%대로 자동 조정하고 싶다면 TDF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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