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신임 대한노인회 회장이 불을 지핀 ‘정년 연장’ 여부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비용부담을 우려해 정년 연장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한국경제인협회의 설문조사 결과가 제시돼 주목된다.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이 연공제와 호봉급제로 인해 정년 연장 시 비용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해 제도 도입을 꺼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경협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300인 이상 국내 기업 121곳의 인사·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 인식 조사’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7.8%가 정년 연장에 따른 경영 부담을 우려했다. 기업은 특히 ‘연공·호봉급 체계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26.0%)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감소’도 16.6%로 중요 이유로 지목했다.
우리는 지난 2013년에 정년연장 논란이 일었을 때 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대안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후 10년이 넘도록 300인 이상 기업 중 48.2%만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임금 삭감으로 논란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서두르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경영계의 솔직한 속내다.
현재 정부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 현재 법적으로 60세인 정년을 65세나 70세로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연장의 키를 쥐고 있는 기업들이 극심한 비용 부담을 고민하고 있다면, 마땅히 그 해법을 함께 찾아 나서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기업들은 차선책으로 지속근무 방식의 정년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7곳이 그렇게 답했다. 고용유연성 확보가 가능하고, 전문성 등 일정 기준에 적합한 근로자만 계속 고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산성을 기준으로 임금수준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란 점도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하는 이유로 꼽혔다.
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퇴직자의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해 주기 보다는, 기업의 경영과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고령 안력만을 선별해 채용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높은 임금을 주고 생산성을 내지 못하는 상황을 크게 우려한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고령 퇴직자를 선별 처리한다면, 정년 연장의 근본 철학과 결코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인사 및 노무 관리상의 어려움도 분명 있을 것이다. 건강 문제로 연속적인 업무에 공백이 생길 수도 있고, 자칫 산재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인건비 부담이 고민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정년연장 논의에 앞서 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일 수 밖에 없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60대 고령 근로자의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는 게 보편적인 상식이다. 따라서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관록을 살려 생산성을 발휘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 전 원하는 인력에 한해 재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 뒤쳐짐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렇게 연장 고용된 고령 인력에 대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인건비 지원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세제를 개편해 아들 고령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에 더 많은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좋겠다. 그 전에 정차권에서도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제 고령자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기업은 경제가 돌아가기 힘들다는 공통의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공감대 속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제도 도입 후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공통분모를 찾아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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