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11일 발표한 올해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수 현황 자료는 드디어 우리나라 기업계에도 이른바 ‘유리천장’이 빠르게 깨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여러 모로 관심을 끈다.
올해 국내 매출액 상위 100곳의 여성 임원 수가 지난해의 439명보다 5.5% 늘어 463명으로 집계됨으로써 역대 최다 기록이 경신되었다. 20년 전인 2004년(13명)과 비교하면 400명 이상 늘고, 10년 전인 2014년(106명) 보다도 300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실제로 최근 주변에서는 여성 임원을 승진시키는 기업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때 여성 임원 한 명만 나와도 대서특필되던 시절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공정하게 여성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조사에서도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은 74곳으로 나타나 작년보다 2곳이 늘었다. 여성 임원 최다 보유 기업은 삼성전자로 무려 81명에 달했다. CJ제일제당과 네이버가 각 26명, 현대차가 20명, 아모레퍼시픽이 16명, 롯데쇼핑과 LG전자가 각 14명이었다.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올해 전체 임원 57명 가운데 28.1%인 16명이 여성 임원으로 조사되어 여성 임원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로 공인되었다. 이어 CJ제일제당(23.4%)과 네이버(19.7%), 롯데쇼핑(15.9%), KT(12.8%), LG화학(10.4%) 등도 10%를 넘겼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우선, 조사 대상 1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사내이사’ 수는 10명에 그쳤다. 그나마 대표이사는 오너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외에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최수연 네이버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3명에 불과했다.
전체 임원 가운데 여성 임원의 비중도 사실상 거의 제자리다. 올해도 6.3%로 지난해와 비교해 거의 차이가 없었다. 2019년 3.5%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6%대를 넘겼으나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여성 임원 승진 만큼, 남성 임원의 승진도 많았다는 얘기다.
여성 임원 승진자가 특정 부서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한계다. 외연 확장을 위한 회사 측 노력도 중요하지만, 본인들 역시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업무 범위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무엇보다 경력 단절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꾸준히 업무를 보아야 유리천장을 깰 수 있다는 우리 특유의 기업 문화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임원이 되려면 결혼은 물론 가정과 사생활까지 희생해야 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처럼 남자냐 여자냐를 떠나 능력과 경험으로 임원 자리가 정해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비록 그런 방향으로 가고는 있으나 속도가 더 빨라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문제점으로 꼽히는 사안들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정비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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