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고령화 트렌드④ 일본 ‘빈집 전용 플랫폼’

대출 상품 만들어 빈집 문제 해결… 지자체, 전문가와 ‘빈집 진단팀’ 운영
박성훈 기자 2024-12-13 07:52:50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초고령화 국가인 일본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가 ‘빈집’이다.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총 빈집 수가 900만 호로 사상 최대다. 일본 전체 가구의 13.8%가 빈집이다.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빈집이 확산하면서 유령도시화되는 곳이 속출하자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민간 기업들도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김웅철 지방자치TV 대표(전 매일경제 도쿄특파원)는 그 대책들의 핵심은 ‘거래 활성화’라고 전했다.

나라현 이코마시는 1961년 뉴타운 개발 때 만들어진 신도시였으나 지금은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2018년에 시가 직접 빈집 유통 중개자로 나서는 기발한 방안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이른바 ‘이코마 빈집 유통 촉진 플랫폼’이다. 공인중개사와 건축사, 법무사, 은행, NPO법인, 감정평가사, 시공사(건설사) 등 7개 업종의 8개 단체가 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빈집 유통 특별팀을 구축했다.

시는 플랫폼 사무국 역할을 한다. 빈집 소유자의 매각·임대에 대한 동의 취득이나 의향 확인 등을 담당한다. 이를 기초로 매월 열리는 ‘빈집 유통 촉진 검토회의’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상속 등기가 안되어 매매가 불가능하다면 공인중개사와 법무사가 지정되고, 노후 물건에는 공인중개사와 건축사가 지정된다. 이들은 물건의 거래 중개와 철거 제안 등 방재 및 안전 측면까지 담당한다.

덕분에 2023년 말 현재 취급 건수 143건, 계약 성사 건수는 76건에 달했다. 상속 등기, 내진 진단 등 플랫폼의 전체 업무 실적도 103건(72%)에 이른다. 2016년에 1444동이었던 이코마시의 빈집은 2023년에 1306동으로 줄었다. 시는 플랫폼이 빈집 유통에만 머물지 않고, 빈집을 고쳐 민간의 어린이집이나 보육원으로 리모델링하는 등 빈집 활용을 통한 지역 과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료=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빈집의 거래를 가능케 하기 위해 빈집 전용 대출상품 ‘아키카쓰 론(アキカツ Loan)’까지 선보였다. 빈집 소유주와 구매 희망자를 연결해주는 매칭 플랫폼 ‘아키카쓰 내비(Navi)’와 개인 융자보증 회사 ‘오리엔트 코퍼레이션’이 2023년 3월에 출시됐다. 빈집의 구매 자금뿐만 아니라 구매 후 리모델링 자금, 해체 자금 등 빈집 관련 다양한 자금수요에 대응하는 활용성 높은 무담보 소비성 대출이다.

지역 금융회사가 대출을 제공하고 오리코가 보증하는 이 대출상품은 이용 상한액이 1000만 엔, 대출기간은 15년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상품 판매를 시작한 2023년 6월 이후 3개월 동안 200건 이상 대출 신청이 있었고, 취급 지역 금융회사도 초기 20개에서 25개로 늘어났다. 고객이 전국 금융회사에서 이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된 덕분에 빈집 유통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특히 소유자 불명의 ‘방치 빈집’이 급증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385만 호로 전년보다 37만 호나 늘었다. 붕괴 우려나 지역 환경에 미칠 악영향과 재해 예방을 위해 정부는 지난 2015년에 방치된 빈집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빈집 대책 특별조치법’을 단행됐다. 주택용지에는 과세표준을 최대 6분의 1까지 줄이는 특례에서 ‘악성 빈집’은 배제되었다.

2023년 말에는 빈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도 징벌적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관리 부실 빈집’에 대해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택용지 특례를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빈집활용 촉진 구역’을 설정해 빈집의 용도 변경이나 재건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법 개정으로 빈집 활용의 폭이 넓어짐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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