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3분의 2 가량은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이다. 최근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원인인 단백질을 없애는 약이 개발된 덕분에 알츠하이머 치매가 30년 안에 정복될 것이란 낙관론도 일고 있다.
30년 가까이 치매를 연구해 온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도 “다른 원인에 의한 2차성 치매도 아직은 약이 없지만 언젠가는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가 인물 스토리텔러인 이필재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를 통해 치매 관련 대담을 나눈 내용을 재구성해 요약 소개한다.
- 치매는 한 마디로 어떤 병인가요.
“다른 사람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끝이 없는 병입니다. 병리가 밝혀지면 병, 증상들의 합은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치매는 증후군에 속합니다. 기억력과 인지 능력, 계산 능력, 길 찾기 능력 등이 떨어져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태가 곧 치매입니다. 원인 병은 알츠하이머를 비롯해 80여 가지나 됩니다.”
- 치매 역시 결국은 노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늙어가야 할까요?
“생물학적인 신체 나이를 의식하지 말고 마음의 나이를 설정해 보시길 바랍니다. 특정 나이에 세팅해 그 나이로 쭉 살겠다고 스스로 각오를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각오가 달라지면 뇌도 달라집니다. 내가 늙는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뇌는 늙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나이입니다. 뇌는 우리가 각오하는 순간 변합니다.”
- 그러니까 ‘뇌를 속이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뇌를 상대로 자기 나이를 속이는 것입니다.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는 시니어들 가운데는 50~60대보다 훨씬 젊게 사는 분도 있어요. 저도 지금 50대 중반인데 40대 때보다 일을 훨씬 더 많이 합니다. 나름의 각성의 결과인 셈이지요. 자기 뇌를 잘 속여야 치매가 오지 않습니다.”
- 개인 차가 있겠지만, 마음의 나이를 세팅할 때 고려할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맞추는 게 좋다고 봅니다. 저는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가 많이 바빴지만 행복했어요. 저의 아버지는 중학생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합니다.”
- 치매에 잘 걸리는 유형이 따로 있나요?
“걱정이 많은 사람, 소심하거나 성격이 예민한 사람, 살이 잘 안 찌는 사람입니다. 타고나기를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도 상대적으로 치매에 걸리기 쉽습니다. 이런 사람은 뇌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필요하면 카운슬링을 받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람들이 자신이 그런 과라는 걸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도움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지요. 뇌 건강 관리 수칙 제 1조는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라’는 겁니다.”
- 인지 능력을 유지하고 집중력을 향상하는 두뇌운동으로는 어떤 것이 좋을까요.
“‘일기 쓰기’입니다. 저도 30년 가량 썼는데, 손으로 쓰는 게 좋습니다. 손으로 쓰면 형용사를 골라 쓰기가 더 어려워요. 수정을 할 때도 수정액을 사용하거나 선을 그어야 해 더 집중을 하게 됩니다. 손 글씨는 힘 조절도 필요해, 쓰는 동안 두뇌의 여러 부위가 활성화됩니다. 고도의 노동이자 뇌가 즐거워 하는 활동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일기를 못 쓰겠으면 책을 소리내어 읽거나, 신문 사설을 필사 또는 요약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몸으로 하는 운동은 어떤 게 좋은가요.
“내 몸에 맞는 운동이 좋습니다. 관절이 괜찮다면 걷는 운동을 강추합니다. 러닝 머신 걷기보다 밖에서 걷는 게 좋아요. 걸을 때의 환경이 변해야 뇌가 활성화됩니다. 교통수단은 버스를 권합니다. 건강 상태가 안 좋아 걷기가 힘들면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게 좋아요. 수영도 좋고, 요즘은 파크골프 하는 사람도 있지요. 치매에 안 좋은 게 ‘오래 앉아 있는’ 겁니다. 오랫동안 앉아서 유튜브를 보거나, 뇌에 좋다는 이유로 화투를 하는 게 가장 안 좋아요. 몸을 자주 움직여야 합니다.”
- 유산소 운동을 다들 권하지 않습니까.
“유산소 운동에 근력 운동과 밸런스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세 가지 운동의 조합은 WHO(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사항이기도 합니다. 65세 이상의 경우 이 세 운동을 유산소 운동 2, 근력 운동과 밸런스 운동 각각 1 정도로 하면 좋습니다. 근육량은 늘린다기보다 젊은 시절의 수준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에요.”
- 나이가 들어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면의 질이 나빠지는 겁니다.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뇌의 노화가 빨라집니다. 잠들기 3시간 전쯤에 신체 활동을 해 몸을 약간 피곤하게 하고, 밤 8시~9시엔 잠자리에 드는 게 좋습니다. 깊은 잠을 자게 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7시~10시에 나오기 때문이죠. 또 맑은 날 낮에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멜라토닌이 잘 분비돼요. 멜라토닌은 수면을 도울뿐더러 항노화, 항암, 항염증에도 관여합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전에 유튜브를 보는데 이런 광 자극을 받으면 눈이 낮이라고 착각해 뇌가 멜라토닌 분비를 하지 않아요.”
- 숙면을 취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해 볼 것을 권합니다. 전날 무슨 활동을 했고,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운동은 했는지 점검해 보는 것입니다. 무얼 잘못 먹는지도 체크합니다. 특히 식단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나에게 맞는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평소 음식을 아무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먹으면 치매나 뇌졸중이 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음식도, 운동도 내 몸 맞춤이 필요해요. 나쁜 습관은 천천히 바꿔야 합니다. 깊은 잠을 자게 하는 수면제도 없습니다. 얕은 잠을 오래 자게 할 뿐입니다. 수면제를 먹으면 멜라토닌 분비도 줄어듭니다.”
- 노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력’입니다. 재산이 있는 분이 더 건강합니다. 다음으로 마음의 평안, 몸의 건강입니다. 잘 베풀고 너그러운 사람들이 건강하게 나이들어 갑니다. 종교도 도움이 됩니다. 종교가 있으면 감사하는 삶을 살게 되지요.”
- 치매에 관한 잘못된 상식은 어떤 것 들이 있을까요.
“나이 든 후에 온다는 착각입니다. 유전적 치매는 20대에도 옵니다. 뇌는 스무 살까지는 성장하지만 이때부터 늙어요. 뇌 건강을 위해 생활습관의 구조 조정을 젊었을 때부터 해야 할 이유입니다. 지나친 건강 걱정도 그 자체가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겨야 합니다. 술과 담배는 젊었을 때부터 자제하는 게 좋아요.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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