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치매 증상을 느끼고 나서 실제 치매 진단을 받기 까지 20년 가량이나 걸린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치매 기운이 감지되지만, 초기에는 정확히 인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로 치매 증상은 초기 단계를 넘어 치매 전 단계인 ‘그레이존(경도인지장애,MCI)에 이르러서야 다양한 위험 신호로 나타난다.
치매 전문가이자 도쿄의대 외과대학 객원교수인 아사다 다카시 교수가 쓴 <치매를 이기는 뇌>에 따르면 자신이 그레이존에 진입했는지 여부를 자가 테스트로 알아보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다. 진단이 정확해야 대응이 쉬운 법. 아사다 다카시 교수가 전하는 '그레이존 인지 방법'을 소개한다.
◇ 의욕저하가 치매의 첫 신호 치매 전 단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호는 바로 ‘의욕 저하’다. “귀찮다”는 말을 달고 살게 되는 것은 물론 몸 단장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좋아하던 취미 생활을 어느 새 등한시하게 된다. 평소에 그렇게 바깥 출입이 잦던 사람이 갑자기 외출을 꺼리는 등 전과 다른 행동을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게 된다.
이 시기에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기억력 감퇴가 빨라지고 감정 기복이 심하게 되는 단계를 맞게 된다. 치매는 조기에 징후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치매 환자들은 이상 징후 감지 후 4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알츠하이머를 포함해 대부분의 치매가 치료가 어려운 것이 이렇게 치료 타이밍을 놓치기 때문이다.
아사다 다카시 객원교수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치매를 가장 걱정하면서도 정작 치매 징후가 느껴지고서는 제 때 대응을 하지 않아 스스로 치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도인지장애 자가 진단법 그레이존 진입 여부를 스스로 알아보는 것이 치매 대응에 매우 중요하다. 가장 먼저, 자신의 징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무슨 일을 하려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또 같은 말이나 질문을 반복하거나, 약속을 까먹거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못 찾는 경우가 있는 지 스스로 물어본다.
하려던 일을 ‘이만하면 됐지’하고 중단한 경험은 없는지, 오랫동안 즐기던 취미에 흥미를 잃었는지, 외출이 줄고 정리정돈을 잘 못하게 되었는지, 날자를 잘 모르거나 잔돈 계산이 어려워지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이 가운데 3개 이상에 해당하면 치매 그레이 존을 의심하고 전문 의료진을 찾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신체의 균형 여부로 치매 전단 계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도 있다. 교토대학이 제시한 ‘한 발 서기’를 해 보자. 눈을 뜬 상태에서 아무 것도 잡지 않고 한 발로 선다. 몸의 균형이 무너져 손을 옆의 벽을 잡거나 발이 바닥에 닿으면 테스트를 마친다. 20초를 기준으로, 1등급 부터 5등급으로 분류한다.
한 발로 서 있는 시간이 15초 이하이면 가장 낮은 1등급이다. 15.1초에서 30초를 버티면 2등급이다. 1등급과 2등급은 치매 그레이 존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사람들은 ‘낙상’ 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등급은 30.1초부터 84초, 4등급은 84.1초부터 120초. 마지막으로 120.1초 이상을 버티면 최상의 5등급이다.
교토대학 기준으로는 연령대별로도 정상 범위 기준이 다르다고 한다. 전체 연령 평균은 136.7초라고 한다. 20대 이하는 156.8초, 30대는 151.8초, 40대는 142.8초, 50대는 124.4초, 그리고 60대 이상은 100.7초를 평균적으로 한 발 서기 할 수 있다고 한다. 기준에 미달된다면 자각 증상이 없어도 뇌혈관 질환이나 인지지능이 저하될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시계 그리기 방법도 있다. 시공간 인지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펜으로 종이에 10시 10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그려 보라고 한다. 치매 그레이 존에 근접했거나 치매 증상이 이미 나타난 사람은 시계의 윤곽을 둥글게 그리지 못한다고 한다. 또 상당수가 1에서 12까지의 숫자 배열이 고르지 못하다고 한다. 네 번째 방법은 손과 손가락을 이용한 튤립, 여우, 비둘기 회전 테스트다. 공간 인식이나 사물의 형태나 움직임을 인지하는 뇌의 두정엽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다. 두정엽이 손상되면 회전하는 동작이 어려워진다. 이 테스트는 반드시 튤립, 여우, 비둘기 순서로 실행하는데, 실험자의 절반 가량은 어느 한 부분에서 막힌다고 한다.
튤립 회전 테스트는 양 손의 엄지 손가락과 새끼 손가락, 손목을 붙여 튤립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튤립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양 손을 뗀다. 왼손과 오른 손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키고, 왼손 엄지 손가락과 오른손 새끼 손가락, 왼손 새끼손가락과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붙인다.
여우 회전 테스트는 오른손과 왼손 손가락을 접어 여우 모양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그대로 왼손 집게 손가락과 오른손 새끼 손가락, 왼손 새끼 손가락과 오른손 집게 손가락을 붙인다. 이 때 양손 중 한 손의 여우 모양은 자기 몸 쪽을 향하고, 다른 한 손은 바깥 쪽을 향한 거꾸로 된 여우 모양이 된다. 정두엽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손을 회전하지 못해 이 동작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한다.
비둘기 회전 테스트는 가슴 앞으로 양손 손바닥을 펴서 손바닥이 안쪽을 향하게 한다. 양 손바닥을 바깥 쪽으로 돌리면서 양 손을 교차한다. 양쪽 엄지 손가락을 걸어 비둘기 모양으로 만든다. 일반인들은 쉽지만 인지가능이 떨어진 사람은 손바닥을 몸 쪽으로 회전시키지 못한다. 또 비둘기 모양을 만들었어도 손바닥이 바깥을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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