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 산림 치유 프로그램 ‘구로형 산림처방’ 운영
2025-04-19

우리나라는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고 관련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40년 가까이 된 65세라는 낡은 기준을 바꿔 노인 언령을 70세 또는 그 이상으로 새롭게 정하자는 주장이 나올 법 하다. 실제로 대한노인회 등 노인단체에서는 줄기차게 그런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노인 연령을 70세로 높이고 기초연금 수급 연령도 같이 70세로 높이면 연간 6조 8000억 원 상당의 재정 절감이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내 이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렇게 절감된 재원으로 정년 연장에 따른 복지 재원을 충당하고 연금개혁을 추진할 재원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 예산정책처 “노인 연령 상향시 연간 7조 안팎 예산 절감”
예산정책처의 ‘노인연령 상향 시 재정 절감분 추계’ 자료에 따르면 기초연금 지원 대상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조정할 경우 2023년에 6조 3092억 원, 2024년에 6조 8027억 원 등 지난 2년 동안 총 13조 1119억 원의 재정 절감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계 됐다.
2023년 기초연금 사업의 총 지급액은 약 21조 9989억 원이며, 이 가운데 70세 이상에 지급된 금액은 총 15조 6896억 원 수준이다. 지급 연령 기준을 높인다면 65∼70세 구간에 지급한 6조 3092억 원이 절감될 것이란 얘기다.
2024년 기준으로는 전체 지급액 23조 4736억 원 중 70세 이상 지급액 16조 6709억 원을 뺀 6조 8027억 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됐다. 복지부 자료를 바탕으로 2024년 1∼8월 실적치를 연 단위로 환산해 추산한 결과였다.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도 지원 대상자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조정하면 2023년 기준 5847억 원, 2024년에는 8673억원의 재정 절감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예산정책처는 예산 체계상 사회복지 분야에서 노인 부문에 해당하는 중앙정부 사업은 총 15개이고, 이 가운데 노인 ‘개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의 재정 절감분을 추계할 수 있다고 봤다.
◇ 노인 연령 상향 필요성에 관해선 공감대 확산
복지부는 올해부터 노인연령의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령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재정 부담 역시 급증할 것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제 65세는 한창 나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더해지면서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가진, 혹은 일자리를 찾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차고도 넘치는 상황이 되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2년 898만 명에서 50년 뒤에는 1727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복지 체제라면 연금 등 복지 분야 지출이 기허급수적으로 늘어 정부 의무지출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짠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 의무지출은 이 기간 동안 연평균 5.7% 늘어, 2024년 347조 4000억 원에서 2027년에는 412조 8000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 전체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53% 수준에서 60%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들이 일을 할수록 정부 재정지원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라도 노인연령 상향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가는 분위기다.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올해부터 10년마다 약 1세씩 노인연령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면 2100년에는 73세 기준 노인부양률이 60%가 돼, 65세 기준 대비 36%포인트나 낮아질 것이라며 노인 연령의 점진적 상향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 연간 6조 원 이상 절감되는 재정,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까
전문가들은 노인 연령 상향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재정 절감분으로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순선환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전국민의 20%가 노인이 된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문제 히결을 위한 재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다만, 노인 연령 상향 문제는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교육 시스템 개선 등 사회 모든 영역과 연계되어 있는 이슈인 만큼, 중장기적인 접근이 팔요하다고 압을 모은다. 당장 노인 복지문제 해결에 쏟아붇기 보다는 초고령 사회에 걸맞는 제도적 보완 등에 필요한 중장기 재원으로 재투자하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후를 돕겠다고 현금 지원을 늘리거나 하는 식이 아니라, 정년 연장을 유도해 노인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더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쓰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 등 재원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금 개혁 같은 사회 안전망 보강에 최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예산정책처 전망대로 노인 언령 상향으로 연간 7조 원 안팎의 예산이 절감된다면 이는 27조 5000억 원 수준인 올해 노인 관련 예산의 4분의 1 수준에 이르는 규모다. 세수 부족이 만성화되고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예산의 효율적 운용 차원에서라도 초고령 사회 전환을 준비하는 의미 있는 종잣돈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얘기다.
중장기적으로 절감 예산의 쓰임새를 결정하기 위한 범 정부적, 범 정치적 공감대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사자인 노인들, 그들의 정년 연장으로 인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우려하는 젊은이들까지 포함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우선적으로 만들어 가면서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도 “노인 연령 상향은 정년 연장이나 재교육 시스템 마련 등 기존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며 “노인 복지 확장에만 초고령 사회 논의가 머물러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노인 연령 올리기 전에 선결되어야 할 과제들
노인 연령 상향 논의 와중에도 우리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노인 언령 상한 문제를 단순히 노인 빈곤 문제나 정년 연장 같은 ‘복지 이슈’로만 국한할 경우 오히려 예산은 더 낭비되고 노인 연령 상향의 효과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선 살펴야 하루 것이 노인들 일자리의 ‘질’이다. 나이 많은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에서 더 많이 일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처럼 복지 재원을 단순 일자리에 깨속 쏟아붓다가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될 가능성이 거의 100%다.
노인 연령 기준이 70세 혹은 그 이상으로 높아지면 그만큼 복지 혜택을 받는 노인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간과해선 안된다. 사회 안전망이 부실해지고 결국 안전망 사각지대가 오히려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노인 빈곤율이 43%대로 OECD 회원국 내 최고인 상황에서, 이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이제까지의 단순 육채적 직무 중심이 아닌, 사회·서비스 직무 쪽 일자리가 던 많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로운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일자리가 있고,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있는데 여전히 일자리 미스 매치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정책적 결함을 하루빨리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젊은이들의 일자리와는 다른, 경험과 경륜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와, 일하고 싶어하는 노인들을 제대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과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때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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