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연구원이 29일 발표한 ‘장기요양 돌봄 필요 노인의 건강 및 돌봄 특성과 향후 과제에 관한 보고서’는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들을 위한 '요양 도움 복지'가 얼마나 부실한 지를 알려준다. 집에서 요양하는 노인들 중 하루에 필요한 돌봄 시간의 절반 밖에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하니, 공공 돌봄 복지가 보다 획기적으로 보강되어야 함을 보여 준다.
건강보험연구원이 재가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 5045명과 이들의 주 돌봄 제공자 40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재가 요양 노인은 하루 중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평균 4.9시간의 돌봄이 필요했지만 가족 등 실제 주돌봄제공자부터 도움 받는 시간은 그 절반인 2.9시간에 그쳤다. 돌봄이 필요한 시간에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재가 요양 돌봄을 받는 노인들의 삶의 질 자체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더욱 우려를 낳는다. 조사 대상 노인의 하루 일과 중 수면과 식사, 화장실 사용 등 개인 유지 활동이 하루의 절반인 12.4시간에 이른 반면에 문화·여가 활동은 8.4시간에 그쳤는데 그나마도 TV 시청이 5.8시간에 달했다. 신체활동을 통한 움직임이 매우 적어 결국 노화를 앞당기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 등 보호자들의 사정은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의 3명 중 1명인 33.7%가 우울증까지 의심되는 상황에 빠졌고, 자살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자도 2.4%였다. 가족이라도 돌봄이 얼마나 힘든 일 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돌봄제공자의 42.1%가 중도 이상의 심각한 돌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고, 돌봄 필요 노인과 돌봄 시간과 내용을 조율하는 데 갈등을 겪는다는 응답도 25.8%였다.
주돌봄제공자 4092명 가운데 돌봄 대상자와 비슷한 연배인 55∼64세가 전체의 30.3%(1241명)였고, 75세 이상도 1155명(28.2%), 65∼74세 도 922명(22.5%)에 달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야말로 '노노 케어'에 묶여 있음을 그대로 보여 준다. 돌봄 인력이 35.7%가 배우자인 까닭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제대로 된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기에 역부족인 환경임을 드러내 준다.
이 같은 재가 노인의 돌봄 공백과 주 돌봄자의 높은 부양 부담은 돌봄을 받는 장소가 대부분 자택이 아니라 전문 시설이라는 데 원인이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단은 이 같은 공공 돌봄 시설에 대한 지원을 대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 과제다. 건강보험연구원 역시 그렇게라도 해야 작금의 돌봄 공백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우리는 더 나아가 노인들이 삶의 마지막을 집에서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특별한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도 노인들의 ‘재가 사망’을 지원할 수 있는 갖가지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정부와 서울시 등에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노년의 만족도 역시 높아질 것이다.
장기요양서비스는 스스로 일상 생활을 하기가 버거워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을 우선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시설 급여 수급자는 요양시설에서 서비스를 받지만, 재가 급여 수급자는 가정에서 서비스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십분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건 당국이 보다 전향적인 재가 요양 돌봄 서비스 방안을 만들어 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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