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고령화 트렌드⑤ 반려동물이 노인 돌보는 독일 요양소

이의현 기자 2025-02-10 11:03:43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지난해에 이미 1000만 명을 넘었다. 반려동물은 사람들, 특히 고령자들에게는 가족 같은 대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실버타운에서는 아직은 공식적으로 반려동물과의 동거가 불허되고 있다. 다른 고령 입소자들의 거부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우리와 달리 이미 오래 전부터 동물을 고령자 치료와 회복에 적극 활용하는 나라가 독일이다. 이곳 노인 요양원에서는 동물을 시설 안에 머물도록 허용하면서 노인들의 정신적·신체적 활동을 돕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서비스가 노인 치료와 재활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입증되었다고 한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박사과정의 김수민 학생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기고문에 따르면, 독일 요양원 시설 단체에서는 ‘노인 요양소의 동물들(Tiere im Seniorenhei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반려동물들을 노인 돌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물들이 요양소 노인들에게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또는 육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라고 한다.

동물과 함께 하는 환경은 사람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 준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들은 주변에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해 준다. 동물들의 활기찬 에너지는 스트레스를 낮춰주고, 함께 산책하고 돌보는 과정에서 노인들의 신체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독일 요양원에서 동물을 치료에 이용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치료견’이라 불리는 특수 훈련을 받은 개를 이용해 요양시설 치료사들이 하는 일을 돕는 방법이다. 천성이 얌전하고 사람한테 애교가 있는 개들을 치료견 후보로 선정해 노인들 곁에서 보조하도록 특수훈련을 받게 한 후 특별한 치료 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이 개들은 심리치료, 근육활동 치료 또는 동물보조 치료 등 구체적으로 인간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일을 실제로 수행한다고 한다. 이 치료 방식은 환자와 노인들의 감정과 인식, 운동과 신체 능력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방문견’이다. 주로 요양시설 이용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애완견 들이다. 치료견처럼 특별한 훈련을 받지는 않지만, 인간과 지내는 데 문제는 없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인간에 대한 사회성과 친밀성을 시험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방문견은 요양시설에 있는 동안 개의 주인뿐만 아니라 요양원의 다른 입소지들과 함께 어울리며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요양시설 이용자는 간단한 테스트를 통과하면 자신의 애완동물을 시설에 데리고 와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요양소의 노인 돌봄을 위해 선택되는 동물들 가운데는 개와 고양이가 가장 많다. 하지만 새나 토끼 같은 동물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동물은 개다. 사람과 상호작용 및 소통에 가장 적합한 동물로, 환자들과 함께 움직이고 활동하는 과정에서 신체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도 가져다 준다고 한다.

고양이는 요양원 이용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이라고 한다. 창가나 테이블 위에서 놀고 있는 고양이를 바라보거나 고양이를 직접 쓰다듬기만 해도 정서적으로 큰 안정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새도 생각보다 돌보는 일이 쉬운 동물에 해당한다고 한다. 새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깔과 울음소리를 통해 정서적으로 밝고 활기찬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한다. 새와 함께 있으면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며, 특히 앵무새는 인간과 더욱 친밀한 의사소통도 가능해 인기다.

토끼나 기니피그 역시 노인들에게 일상 속 안정감과 만족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동물을 먹이고, 씻기고, 쓰다듬는 일들이 평소 활동량이 적은 노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동물을 보호하면서 생긴 유대감이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다만, 동물과의 동거 때 발생할 수 있는 질병 전염 등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직원들은 요양시설에 상주하는 동물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세밀히 관찰하고, 동물들이 사용하는 하우스나 케이지 등을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관리해 병원균의 오염을 막는다고 한다. 동물들이 충동적인 행동을 보여 노인들을 위험에 빠지게 할 가능성에도 늘 대비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아닌 동물도 가끔 눈에 띈다. 바이에른주의 카돌츠부르크에 위치한 ‘아보 요양원’에는 카를로스(Carlos)와 리틀조(Little Joe)라는 두 마리의 알파카가 치료 동물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수년 전부터 시행 중인데, 치료 효과와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도 꾸준히 요양원에 초대할 생각이라고 한다.

알파카가 인기인 이유는 일단 천성이 얌전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먼저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지만, 사람이 먹이를 건네주면 받아 먹는 데 익숙하다고 한다. 함부로 뛰거나 과격한 행동이 적은 것도 좁은 요양원 건물에서 활동하기 좋은 이유라고 한다.

특히 카를로스와 리틀 조가 방문한 후로는 당초 치료를 꺼리던 노인들도 동물 테라피 치료에 적극 참여하는 등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알파카는 특히 거동이 불편해 침대를 떠날 수 없는 환자들의 침상까지 직접 찾아가 특별활동까지 해준다고 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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