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급증하는 ‘원치 않는 이직과 퇴직’ … 노후 빈곤의 최대 요인이다

조진래 기자 2025-02-11 07:49:34

지난해에 직장 폐업이나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일자리를 떠난 사람이 무려 137만 2954명이었다고 한다. 이른바 원치 않는 이직과 퇴직, 즉 비자발적 실업자들이다. 2023년에 비해 8.4%, 인원 수로는 10만 명이 늘어난 것이라니 더욱 충격이다. 한 동안 회복 기미를 보이더니 결국 내수 위축에 발목이 잡혀 4년 만에 수치가 증가세로 돈 것이다. 

비자발적 실업자 수가 전체 퇴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3%에 달했다. 퇴직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원치 않게 회사를 나왔다는 뜻이다. 정년퇴직 및 나이가 많아 실직한 퇴직자가 16만 4740명이라고 하니 그 8배가 넘는 규모다. 고용시장이 이렇게 불안정하니 덩달아 일주일에 18시간 미만을 근무하는 초단시간 근무자도 2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비자발적 실직은 ‘직장의 휴업·폐업’, ‘명예퇴직·조기퇴직·정리해고’,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 등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을 말한다. 개인적 사유나 가사, 육아, 심신장애, 정년퇴직, 급여 불만족 등으로 그만둔 퇴직자는 포함되지 않는 숫자이니 이들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당혹할 만한 수치가 나온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적인 내수 부진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 활력 자체가 눈에 띄게 떨어지니 고용시장 역시 좋을 리가 없다. 본인은 충분히 일할 의사가 있고 능력이 있는데도 경제에 발목이 잡혀 비자발적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 탓에 고용시장도 하루 몇 시간 짜리 단기 근무 일자리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일주일에 17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2023년 226만 8000명에서 지난해는 250만 명으로 23만 2000명이나 늘어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도 지난해 881만 명에 달해 이 역시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지난해 전체 취업자 2857만 6000명의 30.8%까지 기록하며 지난해 처음으로 30%선을 넘어섰다. 국내에서 일하는 사람 3명 가운데 1명이 단시간 근로자라는 얘기다. 반면에 주 53시간 이상 일한 장시간 근로자는 지난해 274만 1000명으로 전년 대비 32만 7000명(10.7%)이나 줄었다. 그나마 단기든 장기든 일자리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 주는 장시간 취업자를 신규로 뽑는 사업장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대규모 고용을 일으켜야 할 기업들은 계엄 사태와 글로벌 무역전쟁 등살에 인력 계획은 차치하고 올해 사업계획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을 뽑아 쓸 곳이 없으니 일자리 공급은 속증 하는데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경제를 살리면 일자리 시장도 살아난다. 이런 단순한 원리를 정부나 정치권, 경제 주체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된 경제 살리기, 경제 회복 정책에 진심인 집단이 없다. 정부는 계엄에 발목이 잡혀 있고,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정권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말로만 민생과 경제회복을 외치지만 대개가 공염불이다.

나라 안팎의 상황이 최악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통령 부재의 정치외교적 한계가 노정된 상황에서, 밖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딱히 없어 보인다. 오히려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내부적인 해결 방안이라도 먼저 찾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가장 기본이라는 사실부터 모두가 공감해야 할 시기다.

어렵더라도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면서 신입 일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내 주길 바란다. 지나치게 경력직에만 집착하지 말고 신규 및 경력 간 적절한 수급대책을 수립해 주길 기대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말로만 민생을 외치며 대선 준비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민생이 결국 ‘민심’을 가져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뼈저리게 인식하길 바란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