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해 말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른 6년 만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30%에 달하는 일본은 우리보다 19년 앞선 지난 2007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 새해 일본 주요 언론들의 특집 주제가 ‘건강하고 행복한 100세 나기’라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인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장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일본의 미래상에 관해 다룬 글들을 소개해 주목을 끈다.
최 소장은 일본 대표 공영 방송인 NHK의 ‘100세 100인 심층 분석’과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신년 기획 시리즈인 ‘1억 인의 미래, 2050년의 일본 예측’에 특히 눈길이 갔다고 했다. NHK의 경우 100세 이상 장수해서 살고 있는 노인들의 공통점으로 좋은 식생활 습관, 적절한 운동, 활발한 사회적 관계 유지 3가지를 꼽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2050년께 일본인들은 80세에도 현역으로 일하는 시대가 오고, 이를 위해 근육을 키워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이 일본 사회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2050년이 되면 ‘여유롭게 사는 노후’는 과거 일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년이 연장되고 고령화가 가속화 하면서 평생 현역으로 활동하려면 건강이 가장 중요한 자본이며 따라서 수명을 늘리려면 근육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남녀노소가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는 ‘근력 운동 일본(JAPAN)’ 시대의 막이 열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에서 근력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사사카와 스포츠재단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연 1회 이상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은 약 1640만 명에 달해 최근 20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규칙적인 근력 운동을 하는 생활 습관은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고령 근로자의 정년을 재검토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2024년 12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2022년 기준 건강 수명은 남성이 72.57세, 여성이 75.45세였다. 하지만 미쓰비시종합연구소가 2019년에 발표한 ‘미래사회 구상 2050’에는 기술 혁신에 힘입어 2050년께 이들의 건강 수명이 80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에서는 생산연령 인구(15~64세)가 계속 줄어들면서 일하는 고령자들이 점점 더 귀해지고 있다. 70세 이상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의 비율은 2023년 기준으로 40% 선을 넘어섰다. 지난 2013년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라고 한다.
가전 양판점 대기업 노지마는 고용 상한 연령을 지난 2021년 10월부터 80세 이상으로 올렸다. 연령에 따른 고용 제한을 사실상 철폐한 것이다. 나이를 이유로 보수나 평가를 낮추지도 않는다.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도 오는 2027년부터 내근직 직원의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기로 했다.
그런데 고령자 고용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인사 관리 측면에서 새로운 과제가 생겨났다. 고령자 직원들의 피로와 부상이 늘어나면 생산성 저하와 인력 부족이 빚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의료비는 회사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가 2024년 6월에 발표한 ‘사회보장제도 개혁의 중장기 제언’에 따르면 2040년 사회보장 전체 급여비는 169조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에 비해 1.4배 증가한 수치다.
최 소장은 “그래서 일본 업계에서도 직원의 건강을 기업의 자산으로 여기는 ‘건강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근력 운동이나 식생활 습관의 개선을 지원하고, 이를 사원 채용 전략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구보타는 지난해 10월에 복리 후생 정책의 일환으로 사카이시 소재 글로벌기술연구소에 리잡(RIZAP)그룹의 편의점형 헬스장 ‘초코잡(ChocoZAP)’을 개설했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기능성 의류 전문업체인 일본 웰니스 브랜드 텐티알(TENTIAL)은 직원들을 위해 닭가슴살, 두부 등 단백질 위주의 냉동 도시락을 구입해 한 끼 400~700엔의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직원의 영양 균형을 유도해 업무 성과와 컨디션 유지를 도모하는 셈이다.
메이쇼운수(아이치현 소재)는 약 3년 전부터 ‘근력 운동 인재’를 대상으로 헬스장 회비와 영양보충제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점점 심각해 지고 있는 운전기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근력 운동과 일을 병행하고 싶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약 100명이 이 제도에 지원했다.
일본 정부도 근력 운동이 열어갈 미래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2024년에 약 10년 만에 건강 증진을 위한 운동 지침을 개정해 노인을 포함한 성인들에게 주 2~3일의 근력 운동을 권장하고 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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