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이후 달라진 일본에서 배운다(중) 연금 및 투자 시장

이의현 기자 2025-02-13 08:25:02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앞선 지난 2007년에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우리보다 고령화와 관련한 많은 경험과 교훈을 주는 나라다.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 일본의 변화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 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마침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계기로 일본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경영학부 신미화 교수를 초대해 이상건 센터장과 대담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내용을 연금과 투자, 금융서비스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소개한다.

- 일본은 초고령사회 진입 즈음에 버블 경제가 붕괴되면서 거의 제로금리 시대였던 것으로 안다. 이럴 때 일본투자자들은 어떻게 자산운용을 했나.

“일본 사람들은 최근 30년 동안 성장이 되지 않아 개인연금을 많이 낼 여유가 없었다. 2024년 생명보험문화센터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개인연금보험 가입율은 23.2%에 불과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후반이 가장 가입률이 높았다. 아무래도 은퇴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일본의 개인형 확정기여형 연금 상황은 어떤가.

“2024년 11월 기준으로 확정기여형 연금(iDeCo)의 가입율은 29.25%다. 평균 납입금액은 월 1만 6000엔, 우리 돈으로 14만 원 정도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여유들이 없어 가입률이 광장히 낮았는데,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광고하면서 직장인들 관심이 높아진 분위기다. 고령자가 빠르게 늘면서, 후생노동성에서도 가입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일본의 연금 투자자들은 실적배당형 상품보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호하는 편이 아닌가.

“실제로 예금을 하려고 해도 ‘제로 금리’라 예금을 할 의미가 없다. 가장 금리가 높다는 우편 정기예금 금리가 2년 만기에 0.125%다. 대출금리도 최저 0.58%로 매우 낮은 편이다. 버블 경제가 붕괴하면서 물가가 크게 하락했던 경험을 가진 고령자들이 장롱 안에 현금을 보관하던 경우가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 일본 증시가 최근 몇 년 동안 상당히 올랐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 환원 등 ESG 실천에, 일본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주식시장 개입 덕분이었다고 본다. 일본이 고령화가 진척되고 저성장이 지속되는 와중에 주식시장을 부양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30년 동안 경기 침체가 이어지다 보니 국민들이 정부를 못 믿게 되었다. 기업도 경쟁력을 잃다 보니 글로벌 투자자 유입 및 저평가된 증시 부양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밖에 없었다. 적극적인 해외 투자 유치가 중요했다. 덕분에 작년에 니케이지수가 많이 올랐다.”

-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우리 투자 환경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를 정리해 달라.

“첫 번째는, 인구 고령화가 심화할 수록 개인연금 가입률 및 납입액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초고령사회의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주식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 일본 사람들은 글로벌 투자를 어떻게 하나.

“한국 사람들에 비해 훨씬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특히 젊은이들도 우리와 달리 주식이나 코인 같은 리스크를 떠안는 투자를 거의 않는다고 보면 맞다.”

- 작년부터 우리나라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유사한 상품이 나온 것으로 안다. 

“작년 1월 1일부터 신(新) NISA라고 하는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가 도입되었다. 일본 정부도 이제 저축에서 투자로 정책 변화를 하는 중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주식, 펀드, 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예금가입은 불가능하다. 일반형의 경우 국내 및 해외 개별 종목 거래도 가능하다.”

- 얼마나 인기가 있나.

“작년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계좌개설과 투자규모가 크게 늘었다. 우리 ISA 보다 투자 폭과 대상이 넓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결국 일본이든 한국이든 절세상품을 활용한 투자활성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