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우울한 대한민국’ … 삶의 만족도는 추락하고 자살률은 여전히 최상위권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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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훨씬 앞서 초고령화 사회가 된 일본은 여러 면에서 우리 시니어 시장의 미래 변화를 짐작케 하는 단초들을 제공한다. 신미화 일본 이바라기 그리스도교 경영학부 교수가 이번에도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과의 특별 대담을 통해 일본 시니어 시장의 변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상한 사업과 새로운 일자리에 관해 소개한다.
- 일본의 고령자 소비시장이 확대되면서 어떤 분야가 주목받고 있나.
“일본의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 규모는 현재 100조 엔(약 90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래서 모든 산업이 시니어를 겨냥하며 변해가면서 시니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의료기기의 경우 간병용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식품 의료 및 외식업에서는 씹는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는 연화식 음식, 당뇨나 고혈압 등 고령자 맞춤형 특수식 음식이 뜨고 있다. 저염식, 저지방식 메뉴의 건강식 레스토랑도 인기를 끌고 있다. 주택관련 시장에서는 문턱이 없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리모델링이 보편화되고 있다.”
- 여행 관련 시니어 시장도 크게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실버여행 패키지 상품 출시가 늘고 있다. 간병을 받으며 여행을 해야 하는 분들을 위한 여행 도우미 서비스가 인기다. 여행을 안전하게 즐기도록 지원하는 노하우를 배우는 자격증이 생긴 것이다. 간호사나 개호복지사(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어야 취득할 수 있다. 여행 중 보조 뿐만아니라 여행 계획부터 사전 답사, 이동 및 숙박준비, 여행 후 지원까지 모두 담당한다. 비용 부담 없이 고령자와 해외여행을 갈 수 있어 인기다.”
- 시니어 고객을 위한 색다른 사례도 소개해 달라.
“70년이 넘는 온천호텔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토치기현의 뉴시오바라 호텔은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온천으로 시니어 단체 손님을 대상으로 하루 패키지 상품으로 평일 낮 가요 쇼를 개최해 크게 성공했다. 도쿄 게이오 백화점은 고령자를 위한 의류 및 신발 맞춤형으로 인기다. 항노화와 기능성 화장품도 인기다. 고객은 시니어지만 80대 판매원이 응대해 호응이 높다.”
- 일본에서는 최근 ‘시니어 덕질’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들었다.
“일본 고령자 6명 중 한 명이 ‘덕질’의 세계를 즐기고 있다. 덕질 시장은 특정 분야나 대상에 대한 애정으로 활동하는 팬덤과 같은 것으로, 이 시장 규모가 800억 엔(약 7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시니어들의 취미나 여가에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에를 들어 K-POP이나 스포츠, 아이돌, 배우, 엔카 가수 등을 대상으로 한 덕질에 월 평균 1만~3만 엔(9만~27만 원)이 소비된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손자 손녀와 함께 응원한다는 것이다. 세대를 초월한 대화로 유대관계가 돈독해 진다고 한다.”
- 노인 인구 증가로 일본의 헬스케어 시장과 돌봄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점을 참고하면 좋을까.
“일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6년에 약 25조 엔에서 2025년에 약 33조 엔에 이르고, 2050년에는 약 77조 엔(약 700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돌봄 산업 시장 규모도 2022년에 약 11조 엔으로 100조 원 규모에 달한다. 돌봄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일할 사람이 없어 기업이 도산한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2026년 기준으로 약 25만 명, 2040년이면 57만 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 대학들도 관련 학과 신설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일본 대학들도 돌봄 인재 양성을 위해 간호학과와 사회복지학과를 계속 신설 중이다. 아무리 인력이 부족해도 일본은 해외 자격증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아교육학과는 미달인데 간호 및 복지학과는 정원이 넘쳐난다. 실제로 학생들도 사회적 트렌드, 직업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헬스 케어 분야로 많이 지원하고 있다.”
- 일본은 법정 정년이 65세이고, 2021년부터는 기업에 70세까지 정년 연장을 권고하고 있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취업 현황은 어떤가.
“2023년 현재 65세 이상 취업자가 914만 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약 30%에 달한다. 20년 연속 증가해 역대 최대치에 이른다. 작년에는 더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이 132만 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의료-복지-서비스업 순이다. 연령대별 취업률은 65~69세가 53.5%, 70~74세가 34.5%, 75세 이상이 11.5%에 이른다.”
- 일본 정부가 시니어층 고용을 촉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출생과 함께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점점 심각해자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4월 기준으로 일본 대학생 취업률은 98.1%에 이른다. 매년 2,3월이면 평균 4~5개 기업들이 서로 자기 기업으로 오라고 한다. 결국 시니어층 고용이 인력난 해소의 답이다. 그래서 기업에 70세까지 고용토록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후생노동성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제를 폐지한 기업이 전체의 3.9%, 9243곳이며 매년 이런 추세는 늘고 있다. 우리가 더 빠르게 초고령화에 진입했고 저출생이 진행중이니 우리도 10~20년 후에는 취업 환경이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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