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실물이전’ 이뤘다면 다음은 자산배분 전략 재조정

이의현 기자 2025-03-13 07:46:40
이미지=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지난해 도입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도입된 지 3개월 만에 무려 2조 4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기존 금융회사에서 다른 금융사로 이동했다. 

제도 도입 덕분에 기존 계좌의 상품을 모두 매도해야 했던 성가심과 불편함이 사라지자, 더 높은 수익률을 갈망하던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이 서비스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처로 속속 자리를 옮기고 있다.

특히 투자 상품이 상대적으로 다채로운 증권사로의 이동이 확연했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옮겨간 자금이 1조 1211억 원이었다. 증권사는 전체적으로 4051억 원 순증했다. 반면에 은행은 4611억 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은행이나 보험사 보다는 증권사가 보다 다양한 투자상품 선택과 적극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어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은 증권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는 “퇴직연금 투자를 위해 실물이전을 마쳤다면 그 다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의 투자 성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투자가 곧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만큼, 시장의 변동성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 성향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 하락 때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성향이라면 채권 중심의 보수적인 포트폴리오가 적합한 반면, 높은 변동성을 감내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고 싶다면 주식 비중을 늘려 공격적인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를 과도하게 설정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는 미국 시장이 강세를 보여 높은 수익률이 가능했더라도, 올해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무역 전쟁 가능성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등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라면, 과거에 기반한 높은 기대치는 조정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오 수석매니저는 “결국 연금투자 장기성과의 ‘키(key)’는 자산배분”이라며 “연금 투자자라면 자산배분의 중요성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포트폴리오의 장기성과는 종목 선택이나 시장 타이밍이 아니라 주식, 채권, 현금, 부동산,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자산배분형 펀드인 TDF(타깃데이트펀드)나 디딤펀드가 연금투자자들에게 추천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AI(인공지능)를 운용에 접목한 로보어드바이저 등 자동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도 자산배분에 많이 활용되고 있으니, 이런 솔루션을 잘 활용하면 투자자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아도 효과적인 자산배분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