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콜 ETF, 분배금 많다고 무작정 투자해선 안돼

이의현 기자 2025-03-19 14:08:03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해외 투자상품 중에 월 배당 커버드콜 ETF(상장지수펀드)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커버드콜(covered call)이란, 주식을 사고 콜옵션을 파는 전략을 말한다. 옵션을 사면 프리미엄을 지불하지만, 옵션을 팔면 프리미엄을 받는다. 따라서 콜옵션을 매도하면 채권 이자처럼 프리미엄을 받지만, 그 대신 자신의 원금은 불리한 구조에 놓이게 된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커버드콜의 분배금과 이자의 개념에 대해 투자자들이 혼돈하는 내용을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상세히 소개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 커버드콜 ETF의 기본구조부터 이해해야

김경록 고문은 먼저, 커버드콜 ETF의 이익과 손실 구조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금융상품은 주가가 상승할 때는 옵션 프리미엄 만큼 받고 주가 상승의 혜택은 볼 수 없다. 옵션 프리미엄이 8%이고 주가가 30% 올랐다면 내가 받는 돈은 8%이다. 반면에 주가가 하락하면 주가 하락률에 옵션 프리미엄 만큼 손실을 본다. 주가가 30% 떨어지면 22% 손해를 보는 구조다. 

따라서 주가가 횡보하면 좋다. 주식 가격이 안 올라도 옵션 프리미엄 만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손익과 무관하게 매달 분배금을 수령하다 보니 전체 손익에 둔감해 지는 경우가 많다. 원금 가치 변동은 보지 않고 분배금 크기만 본다는 얘기다. 김 고문은 “마치 예금 이자처럼 생각하다 보니 분배금 크기만 가지고 월 배당 ETF를 선택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월 배당 상품들 자세히 들여다 봐야 

월 배당 상품에서 특히 이런 착각이 많다고 한다. 일본은 2010년을 전후로 월 지급식 펀드가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주는 금융상품 수요가 컸던 영향이다. 2010년 말에는 월 지급식 펀드의 순자산이 전체 공모펀드 시장의 44%를 차지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안정적인 소득을 목표로 했지만, 점점 경쟁이 붙으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고소득을 찾은 것이다.

당시에는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로 미국의 투기 등급인 하이일드(고수익)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인기였다. 엔화를 달러로 바꾸어 미국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고 달러를 헤알화로 환 헤지하면 높은 고수익채권 금리에 환 프리미엄까지 챙겼다. 리스크는 미국 고수익채권의 가격 하락과 엔화가 헤알화 대비 강세가 될 때 였다. 환율과 주가는 예측이 어려운데 이런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월 지급식 펀드가 소개되면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등장했다. 분배금이 월 0.7%이니 펀드 보수 등을 감안하면 9% 이상 운용 수익이 나야 원금 손실이 없는데,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 지수는 연 복리로 1.6%다. 배당을 감안하더라도 원금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런 사실을 잘 몰랐으면 자신의 상당한 노후 자금을 이 펀드에 넣었다가 낭패를 보았을 것이다.

◇ 월배당금 크기만 보고 투자해선 안돼

김 고문은 “특히 구조화된 상품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의 경우 홍콩 주가지수에 연동된 ELS(주가연계증권)가 큰 손실을 봤다. 6% 정도 수익을 주는 안정적인 자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주가가 가입 때보다 50% 이상 떨어지면 주가 하락 폭만큼 그대로 손실을 보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DLF는 금리에 연계된 파생상품펀드인데,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했지만 손실률이 50%를 넘었다. 특히 60~70대 피해자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들은 저금리기에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준다기에 노후 자금의 상당 부분을 투자했다가 큰 낭패를 보았다.

최근에 월 배당 시장이 커지면서, 월 배당 커버드콜 ETF가 목표배당수익률을 높이려고 변동성이 큰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 고문은 “그만큼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꾸준한 월 배당’이라는 말 때문에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분배금은 예금 이자가 아니다”라며 “월 배당금 크기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월 배당 상품의 전체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회사도 분배금을 많이 준다는 것만 강조하지 말고, 분배금 재원이 무엇인지, 원금 손실을 얼마나 볼 수 있으며, 분배금 크기가 변동될 수 있으며, 주가가 상승한다고 수익률이 같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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