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한 차량 화재... ‘징후’ 알면 예방과 초동 대처 가능하다

박성훈 기자 2025-03-28 15:31:31
한국교통안전공단·자동차시민연합·해운대소방서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기차 화재 대응 훈련 장면. 전기차 하부의 배터리 부위에 상방 방사 관창법으로 소방수를 분사해 화재 조기 진화를 유도한다. 사진=자동차시민연합

자동차는 연료나 엔진오일 등 인화성 물질로 가동되는 기계다. 시속 100km로 주행할 경우 배기관 온도는 400도에서 최대 800도까지 올라간다. 이런 고온의 배기관에 낙엽이나 마른 풀 같은 가연성 물질이 닿으면 쉽게 불 붙을 수 있다. 산불 발생 지역에 차량이 막무가내로 진입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가 차량 화재의 이상징후만 잘 인식하면 큰 피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운전 중 온도 게이지가 평소보다 올라가거나 엔진 과열 경고등이 켜지는 등의 이상 징후가 보일 경우 지체말고 즉시 안전지대에 정차 후 차량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상태로 무리하게 터널을 통과하거나 장거리 운전을 지속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경상도 지역의 큰 화재에서 알 수 있듯이 산불은 사소한 부주의에서 일어난다. 정비 불량 등으로 발생한 차량 화재의 불씨가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는 사고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협이다. 따라서 야외 주차 시 풀밭과 낙엽 위를 피하고, 산 인근 도로 주행 후에는 반드시 차량 하부와 배기구 주변의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특히 전기차는 더더욱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 차량의 구조적 특성상 배터리 과열, 충돌 후 셀 손상, 충전 중 과발열 등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용인지역 지하 주차장 연쇄 화재처럼 고전압 배터리의 경우 충전 과정에서 내부 발열이 누적되면 폭발성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내연기관차는 연료나 오일 누유, 노후된 전선의 합선, 머플러 과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임기상 대표는 사전점검으로 차량 화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온도 경고등이 들어오거나 차량 내부에서 연기 또는 냄새가 감지되면 운전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특히 외곽 도로나 야간 운행 중 사고 발생 시 구조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커질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전기차의 경우 충전 중 이상이 감지되면 충전기를 억지로 뽑지 말고 빠르게 신고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임 대표는 예기치 못한 차량 화재에 대비한 차량의 기본적인 점검 방법을 소개했다. 전기차는 배터리 상태와 충전 포트의 이상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것을 조언했다. 고압수로 하부를 무리하게 세척하는 행위는 삼가야 하는데, 이는 고압수가 전기 배선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오일과 냉각수의 양과 상태, 배선과 연료호스의 마모 여부를 자주 점검하라고 했다. 특히 봄철에는 낙엽이나 풀 등 인화성이 강한 이물질이 머플러 근처에 쌓이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살필 것을 권고했다. 야외 주차 후 출발 전 하부를 간단히 육안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화재 예방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다음과 같은 전조 증상이 보이면 즉시 차량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계기판에 표시되는 냉각수 온도 게이지의 간헐적 상승이다. 주행 중 온도 게이지가 평소보다 높게 오르거나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냉각 계통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이니 절대 장거리 운행이나 터널 진입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주행 중 출력 저하와 함께 냉각수 경고등이 점등되는 현상도 차량 화재의 예후 가운데 하나다. 차량 냉각 시스템이 열부하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냉각수나 엔진오일이 부족하거나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축적된 열이 실린더 헤드나 배선 등 고온 부위에 집중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전기차 역시 이상 발열 징후를 방치할 경우, 배터리 내부 셀의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발생해 급격한 온도 상승과 함께 화재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임기상 대표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온도 이상, 타는 냄새, 출력 저하 등은 화재 전조 증상일 수 있으며 이들 징후는 각각 냉각계통 이상, 전기적 합선, 연료계통 문제 등 구체적인 원인과 연계돼 있다”면서 “이러한 조기 신호를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대응하는 것이 화재 예방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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