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니어 소식] 서울 관악구, ‘어르신일자리 사업 발대식’ 개최
2025-03-07

우리보다 20년 가량 앞서 초고령국가가 된 일본에서는 정년 후에 대학 문을 두드리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치열하게 사느라 잠시 놓고 있었던 배움에 대한 열망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도 60세 이상 시니어 입학생 장학금까지 제공하며 시니어들의 평생 배움을 격려하고 있다.
시니어 대학들은 단순한 교육과 학습의 장이라는 차원을 넘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커뮤니티 역할도 한다. 새로운 학습과 교류를 통해 인생 후반기를 더욱 의미 있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정년 후를 ‘남은 인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고 생각하면 훨씬 건강하고 의미 있는 노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이와 관련해 신미화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와 일본 대표 은퇴 설계 전문가 겸 칼럼니스트 쿠스노키 아라타 씨의 대담을 소개했다. 쿠스노키 아라타 씨는 직장생활 중 찾아온 우울증으로 고생했던 경험 등을 토대로 25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특히 2017년에 출간된 베스트셀러 <정년 후>는 수많은 독자들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해 주었다고 한다.
그는 정년 전후인 회사원들과 직접 만나 <정년 후>를 집필했다. 그리고 그들이 직면한 문제와 해결책을 제시했다. 유명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다뤄 큰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독자들은 정년 후에 대한 불안감을 덜고, 또 다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쿠스노키 아라타 씨는 중년에 접어들면서 회사에서 일하는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상태를 ‘마음 정년’ 이라고 불렀다. 우울증을 겪다 2년 정도 후 50세에 복직한 그는 어느 순간 조직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립해 주체적이고 활기 찬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을 그는 ‘변신자’라고 불렀다.
그는 우울증으로 고통받던 시기에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그 결과, 뭔가를 스스로 발산하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회사에서 지시받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주체가 되어 뭔가를 표현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중년 이후의 회사원을 인터뷰해 이야기를 발굴한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보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회사원으로서의 나’와 ‘작가로서의 나’ 사이의 균형을 잡아갔다. 회사원과 작가라는 두 개의 자신을 만들면서 두 개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쿠스노키 아라타’라는 이름도 본명이 아니라 펜네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개의 정체성이 있으면 서로를 오가며 기분 전환도 되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쿠스노키 아라타 씨는 회사원에서 변신에 성공한 많은 분들을 취재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150명 가량의 ‘변신자’들 사이에서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입이 줄었는데도 모두가 ‘밝은 얼굴’이라는 사실이다. 목소리와 태도, 분위기까지 포함해 주변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인상을 주는 얼굴, 나아가 정신적으로 충만하고 만족감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사전 준비 없이 정년퇴직을 맞는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먼저 자신이 닮고 싶거나 본받고 싶은 사람을 찾아 대화를 나눠 보라”고 권했다. 유명인 보다는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사람과 비교해 보며 목표를 설정하면 방향도 잡을 수 있고 자신의 부족한 점도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어릴 때 자신이 무엇을 잘했는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그때의 발자취에서 힌트를 얻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회사원으로서 자신과는 다른,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과도 연결된다고 했다. 때로는 생활기록부에 적혀 있는 담임 교사의 소견이 커리어 전환에 중요한 힌트가 된다고도 했다. 반드시 과거의 일과 단절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쿠스노키 아라타 씨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진정한 황금기는 40대나 50대가 아니라 60세부터 74세까지의 15년”이라고 주장했다. 100세 시대를 맞은 지금, 이 15년의 황금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은 큰 손실이라고 했다. 이 시기에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며, 인생의 방향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년 후에는 직장 생활보다 더 긴 8만 시간이 남는다”고 했다. 60세에 정년퇴직을 하면 수면 등 기본적인 생활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약 11시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지는데 75세 이후로는 이것이 약 5.5시간으로 줄어든다면서, 이를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8만 시간이 된다고 했다.
그는 20세부터 60세까지 직장 생활을 통해 보낸 총 노동 시간보다 긴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 후반전의 질(質)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정년 후에는 더더욱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역설했다.
하루 11시간 씩 15년, 하루 5.5시간 씩 10년이라는 이 귀중한 시간을 어디서 무엇을 하며 보내야 좋을까. 그는 ‘자신이 속할 커뮤니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족이나 단체 활동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는 여성들에 비해 남성, 특히 회사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남성일수록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혼자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은퇴 후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공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공예 수업을 하거나, 유치원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 입학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관심 있는 분야의 강의를 청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권했다. 이런 새로운 학습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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