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실버타운에서 입주자들 배웅 속에 삶을 마무리… 우리는?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우리도 종말기 케어와 웰다잉 고민을 실버타운에서도 해야 할 날이 올 것”
이의현 기자 2025-04-04 09:39:34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일본에서는 ‘종활’(終活, 슈카츠), 우리나라에서는 ‘웰다잉’이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인생을 잘 마무리하고 죽음을 잘 준비하자는 취지다. 특히 초고령국가 일본에서는 시니어들이 종활의 일환으로 본인의 납골당을 미리 정해놓고 같은 납골당에 묻힐 ‘무덤 친구’ 들과 미리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문화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죽음을 어디에서 맞을까 하는 것도 큰 이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돌봄 수급 노인의 약 68%가 자택에서의 임종을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70% 가량이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죽음을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버타운 희망자도 있지만 이곳에서 살다가 건강이 악화되면 결국 요양원이나 병원으로 옮겨져 죽음을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자택’ 희망자가 60% 가량으로 우리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등 의료시설이 34%, 유료노인홈이나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 등의 개호 시설이 4% 안팎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 죽음을 맞는 장소는 병원이 71.3%, 자택이 13.6%, 노인홈 등이 8.6%다. 두 나라 모두 자신이 오랫동안 살았던 익숙한 곳에서 죽음을 맞길 원한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에서 주목을 끄는 것이 장례식장을 갖춘 유료 노인 홈이다. 우리의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일본의 유료 노인 홈과 서비스제공 고령자주택에서는 건강할 때 입주해 돌아가실 때까지 케어가 가능하다. 이런 서비스를 ‘미토리(看取り)’라고 부른다. 시설에서 미토리 개호를 하게 되면 미토리 개호 가산 제도를 통해 개호보험 수가를 청구해 받을 수도 있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는 작년에 유유노사토(ゆうゆうの里) 방문 경험을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소개했다. 그곳에는 건강할 때 입주하는 공간, 케어가 필요해졌을 때 서비스 받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미토리 서비스 제공 시스템까지 잘 갖춰져 있었다고 한다. 특히 시설 내에 장례 공간까지 비치되고 있어 더욱 놀랐다고 전했다.

입주한 분들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간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시설의 직원, 그리고 어르신들과 교류를 해왔기에 본인과 가족이 원한다면 시설 내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는 설명이었다. 생전에 어르신들과 친했던 입주자들과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조문하면서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실버타운에서 죽음을 맞기에 아직 제약이 많다. 종말기 케어를 할 수 있는 인력과 설비 등이 없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 있지도 않다. 인력과 설비 제도 등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죽음에 대한 인식이나 문화 차이도 크게 작용한다. 이 국장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우리 정서상, 아직 실버타운에서 종활을 고민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도 이러한 고민을 해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실버타운으로 시작했지만 입주자들이 노화하면서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설들이 많아지고 있다. 너싱홈(전문요양시설)을 같이 만들기도 하고 한 층을 케어가 필요한 입주자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세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시간이 더 흐른다면 종말기 케어와 웰다잉에 대한 고민을 실버타운에서도 해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신이 살던 공간에서 시간을 같이한 친밀한 사람들이 나를 좋게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마지막을 맞고 싶은 욕구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면서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도 일본처럼 가까운 장래에는 하나의 문화로서 정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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