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의 교훈… 천재 투자가 그레이엄도 투자금 80%를 잃었었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이 들려주는 ‘투자 실패를 이겨내고 다음을 대비하는 자세’
이의현 기자 2025-04-11 08:50:16
 사진=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아무리 뛰어난 투자가라 할지라도 투자 실패 없이 매년 빼어난 수익률을 기록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이 일반인과 다른 점은 그런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지금의 실패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 삼는다는 사실이다. 위대한 투자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유용한 이유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이 투자 천재들의 실패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전해줘 주목을 끈다.

이상건 센터장은 최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올린 글에서 현대 증권 분석의 아버지로 불리면서 워렌 버핏의 스승으로 유명한 벤저민 그레이엄이 투자 자산의 80% 가량을 잃는 큰 실패 속에서도 어떻게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는지를 소개했다. 

그레이엄은 성공적인 투자에 힘입어 30대에 이미 백만장자가 되었다. 자신의 성과에 한껏 도취된 그레이엄은 자신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더 많은 레버리지를 활용했다. 그리고 대공황 직전인 1926년에 그는 ‘벤저민 그레이엄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6% 이상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면 한 푼도 보수를 받을 수 없는 구조였다. 이 6% 룰은 제자인 워런 버핏도 나중에 그대로 따라했다.

그레이엄 컨소시엄은 연평균 25.7%라는 탁월한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그 역시 대공황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전설적인 개인투자자 버나드 바루크가 작전에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정리했지만 그레이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로 대응하다 1929년 1차 증시 붕괴 때 20%의 손실을 입었지만 그나마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서는 탁월한 성과였다는 평가에 자족했다.

시장 상황 변화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결과는 참혹했다. 그는 “1930년은 33년의 펀드매니저 경력에서 최악의 해였다. 50.5%의 손실을 입어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1931년에 손실률은 다시 16%로 완화되었고 1932년 초에는 3%까지 줄었다. 승리나 다름없는 성과였다. 그러나 1932년 말이 되자 원금은 22%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상건 센터장은 이 때부터 그레이엄의 위대함이 발휘되었다고 평가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큰 돈을 잃으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더 큰 수익률을 노리며 보다 투기적인 경향을 보이기 마련이다. 기존의 생활 패턴도 그대로 고수한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이 두 가지 모두와 결별함으로써 반전의 기적을 연출했다.

먼저 씀씀이를 확 바꾸었다. 이전까지 그는 돈을 빨리 많이 벌어 펑펑 쓰는 게 성공의 징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청난 손실을 겪으면서 그는 기존의 가치관을 버리고, 극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푼돈에도 몸을 사리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투자 철학에 있어서는 ‘안전 마진’에 천착하게 된다. 투자 리스크를 따져 돈을 잃지 않는 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우선이라는 철학을 정립하게 된 것이다.

5분의 4의 재산을 잃은 아픈 경험 후 그의 포트폴리오는 더욱 안정적으로 운용됐고 수익률은 나아졌다. 그리고 1935년 12월에는 그 동안의 손실을 모두 복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1936년부터 1941년까지 연평균 11.8%, 1942년부터 1945년에는 17.6%의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공황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는 기간 동안 이뤄진 값진 성과였다.

이 센터장은 “그레이엄도 큰 손실 앞에 당황하고 언제 시장이 좋아질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었다”며 “그는 이 실패를 두 가지 방식으로 이겨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검소함’이라고 했다. 자신의 회고록에서도 그는 “검소함이 가장 훌륭한 재무 전략”이라며 기술했다. 가장 뛰어난 재정 전략이란 그 사람의 수입 범위 내에서 만족하며 사는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실패로부터 배우려는 자세’였다. 평생 공부를 사랑했던 그레이엄이었지만 그는 “현실 세계의 공부는 책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일생 동안 실수로부터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상건 센터장은 최근의 시장 상황과 관련해 “가파르게 상승했던 증권시장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면서도 “지금은 누구를 탓 할 수도 없으며, 투자란 고스란히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엄과 같은 천재 투자자도 큰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 지난 결과에 매달리기 보다는 그의 실패와 극복 과정을 교과서 삼아 우리의 삶과 투자를 재정비해 보자고 독려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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