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제대로 잡으려면 '점심'부터 제대로 먹어야

시간영양학의 일인자 시바타 시게노부 교수가 <내 몸 바꾸는 식사법> 통해 제시한 새로운 식사법
이의현 기자 2025-04-16 08:04:32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현대인들은 아침을 거르고 속을 비웠다가 점심과 저녁을 폭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습관이 건강에 안 좋은 것은 당연하다. ‘시간영양학의 일인자’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의 시바타 시게노부 교수가 <내 몸 바꾸는 식사법>이라는 책을 통해 제시한 새로운 식사법이 주목된다. 이 가운데 특히 점심 식사에 관한 부분을 발췌해 소개한다. 그는 점심밥을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제대로 점심밥을 먹는 요령 등을 제시해 준다. 

◇ 고혈압 예방의 열쇠는 점심식사에 있다

우리가 혈압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는 이유는 동맥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바타 교수는 “고혈압은 식사로 예방이 가능하며, 특히 점심식사가 그 열쇠를 쥐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혈압을 낮추는 방법 중 하나는 염분(나트륨)을 줄이는 ‘감염식(減鹽食)’인데, 그런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 못지않게 몸 안에 쌓인 나트륨을 배출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트륨 배출을 촉진하는 것이 채소에 많이 들어있는 칼륨이라고 소개한다.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면서 칼륨 섭취량을 늘리면 혈압이 내려간다는 사실은 여러 해외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뇌와 심장의 혈관질환 발생 확률도 떨어지고 사망률도 크게 낮아진다고 한다.

나트륨은 혈관 장애 가능성도 높이는 만큼, 핵심은 나트륨 양을 줄이고 칼륨 섭취량은 늘리는 것이다. 메밀국수나 라면 같은 단품 메뉴를 점심 때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시바타 교수는 그렇게 먹으면 나트륨 섭취량은 많고 칼륨 섭취량은 줄어들어 최악이라며 만류한다.

◇ 점심 식사로는 ‘채소 듬뿍’ 식단으로

시바타 교수는 “점심 식사의 칼륨 부족이 고혈압에 관여한다”고 단언했다. 따라서 가능한 채소가 듬뿍 든 다양한 정식을 점심 메뉴로 선택할 것을 권했다. 그래야 채소 부족(칼륨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칼륨이 수용성인 만큼, 채소가 들어간 수프나 된장국을 주문해 국물을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칼륨이 많이 든 식품은 감자와 고구마, 양배추, 호박 같은 채소와 다시마, 톳 같은 말린 해조류, 그리고 과일 중에서는 멜론과 바나나 등을 권했다.

그는 다만, 이미 신장 가능이 떨어져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 칼륨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면서, 나트륨과 칼륨의 균형 있는 섭취 방법에 대해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 점심을 거르면 혈당이 높아진다?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시바타 교수는 저녁을 맛있게 풍족하게 먹기 위해 점심을 거르거나 줄이는 습관은 매우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점심을 먹지 않고 저녁을 먹으면 고혈당이 되기 쉽다고 했다. 혈당 수치 변동이 심해져 혈관을 손상시키는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녁 식사 후 10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아침을 먹었을 때와 아침식사 후 10시간 공복 후 저녁을 먹었을 때의 혈당 변화를 살펴봤더니, 점심을 거른 후자의 경우에 혈당수치가 확실히 높았다고 한다. 혈당스파이크 가능성도 높았다고 전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혹사당한 췌장의 기능이 약해져 인슐린 분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바타 교수는 “그렇게 혈당을 조절하지 못하면 당뇨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면서 “결국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점심은 제대로 챙겨 먹어야 한다”고 했다.

◇ 점심을 잘 먹으면 볼 수 있는 효과

점심을 제대로 챙겨 먹으면 중성지방 수치가 쉽지 오르지 않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피하조직에 중성지방이 늘어나 비만이 되고, 간에서 지나치게 늘어나면 지방간이 될 수 있다. 혈중 중성지방이 증가해 동맥경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시바타 교수는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 후 중성지방량을 조사했더니 점심식사 후의 혈중 중성지방이 아침의 절반이었다고 전했다. 점심 식사가 혈당은 물론 중성지방 수치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오후 1시 30분과 새벽 1시 30분에 고지방식 섭취를 조사한 결과, 오후에 먹은 사람보다 새벽에 먹은 사람에게서 중성지방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중성지방량이 높은 상태도 5~6시간 지속적으로 관찰되었다.

그는 “점심 때 끼니를 거르거나 가볍게 떼우려 하지 말고, 영양적으로 균형잡힌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 이유”라며 따라서 현대인들이 많이 찾는 돈까스나 소고기덧밥 등은 아침이나 저녁 때보다는 점심에 먹는 것이 낫다고 권했다.

나트륨과 칼륨은 아침에는 체내에서 재 이용되기 쉽고, 밤에는 소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기 쉽다. 시바타 교수는 따라서 시간영양학적 관점에서 볼 때, 염분이 많은 음식은 저녁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물론 이 때도 채소를 충분히 더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 식이섬유는 아침에 섭취하는 게 좋아

체내 나트륨을 배출하는 영양성분으로는 칼륨 외에 식이섬유도 있다. 식이섬유에는 혈당 수치를 낮춰주는 작용도 하는데, 아침에 섭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인들이 적정량을 섭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식이섬유 하루 권장 섭취량 기준을 보면, 남성은 21g 이상, 여성은 18g 이상이다. 65세 이상일 경우 남성은 20g, 여성은 17g 이상이다. 그런데 평균 섭취량은 15g 전후로 권장량에 비해 2~5g 정도나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도 한국영양학회 보고에 따르면 하루 권장량이 남성은 25~30g, 여성은 20~25g인데 실제 섭취량은 평균 18g에 불과하다고 한다.

시바타 교수는 “혈당을 조절하려면 아침에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이 좋지만, 부족한 양이 적정된다면 칼륨 배출에 효과가 있는 점심에라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점심 때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면 하루 권장량에 가까워질 것이란 얘기다. 또 채소에는 식이섬유 뿐만아니라 칼륨도 풍부하므로 점심에 꼭 샐러드나 채소 겉절이 등을 더해 식단을 짜보라고 권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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