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일수록 연금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평정심’과 ‘인내’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이 들려주는 약세장에서의 연금투자자 투자자세
이의현 기자 2025-04-17 09:31:50
이미지=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특히 트럼프 관세 충격으로 이달 초 미국 S&P500 지수가 고점 대비 20% 가량 하락하며 미 증시가 휘청했다. 이렇게 지수가 단기간에 급락하면 사이드카가 발동되고 ‘패닉’이라는 단어가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하지만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은 “S&P500 지수는 대략 4~5년마다 20~30% 가량 떨어지곤 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평정심’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시계열로 보면 약 30년에 한 번씩 50%의 하락세를 보여왔듯이 4~5년마다 발생하는 이벤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의 경험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 센터장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23년 연금 적립식 투자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과정에서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많은 이벤트로 인해 그동안 쌓아놓았던 수익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 되돌아 보면 적립식 투자자에겐 약세장이 수익률을 더 높이는 기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연금 투자의 기본은 적립식 장기투자와 자산 배분이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연금은 시간 지평이 긴 투자이므로 단기간의 마켓 타이밍 전략은 의미가 없으며, 결국 최종 승자는 적립식과 장기배분 투자자일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흔들리지 말라’를 좌우명으로 가졌던 인덱스 펀드의 아버지 존 보글이 ‘항로를 유지하라(Stay the Course)’고 말한 것처럼, 지금은 주가 움직임에는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항로를 유지할 때라고 했다. 지금과 같은 시기일수록 연금 투자자들은 존 보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자산배분이 투자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1980년대 자산운용의 성과 분석 결과를 토대로, 종목 선택이나 마켓 타이밍 전략보다는 자산배분이 투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더 높다는 것이다. 기금 운용의 혁명을 일으킨 전 예일대 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데이비드 스웬슨 박사도 “자산배분이 투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100% 아닌 120%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연금 자산은 속성상 자산 배분을 근간으로 해야 하는 자산이며,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연금에서는 개별 종목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자산배분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단순하게 주식과 채권에 자산배분을 하든, 아니면 보다 광범위하게 투자 대상뿐만 아니라 지역까지 자산배분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그러나 현실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이런 자산배분을 해 나가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일부 뛰어난 개인 투자자들은 본인이 직접 할 수 있지만 상당수는 그렇지 못하기에 TDF(타깃데이트펀드)와 같은 자산배분형 상품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로보어드바이저, 랩어카운트 등 다양한 유형의 자산배분형 상품이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적립식과 자산배분이 만나면 변동성은 줄어들고 약세장에서 주가를 싸게 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너무 간단한 방법이지만 이 항로를 유지하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때로는 절묘한 종목 선택이나 투자 방법보다는 참을성이 더 중요한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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