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돈’… 증여세 부담 없애려면 이렇게
2025-09-12

은퇴 자금은 도대체 얼마를 모아야 충분할까. 단순하게 계산하면 12억 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퇴한 부부의 적정 생활비가 월 336만 원이다. 60세에 은퇴해 90세까지 살려면 360개월의 생활비가 필요하니 단순 계산하면 12억 원의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공학박사 신파람 교수는 그러나 이런 계산은 대단히 비상식적이라고 말한다. 매달 336만 원의 월급을 받아서 그 달에 전부 써 버리려면 360개월 동안 총 12억 원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자산 제로(0) 상태에서 자산이 창출하는 금융소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수익이 발생한다는 기본 개념을 망각한 계산법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12억 원의 자산을 연 5% 이율의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매년 1월 1일에 1년치 생활비인 4000만 원을 은퇴자산에서 한꺼번에 인출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연히 첫 인출 직후에는 은퇴자산이 11억 600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이 돈이 한 해 동안 5%의 수익을 내면서 다음해 1월 1일에는 자산이 다시 12억 1800만 원으로 불어, 최초 원금보다 많아진다.
그렇게 매년 4000만 원씩 계속 뽑아 써도 12억 원의 은퇴 자산은 소진되기는커녕 더욱 불어나 30년 후에는 원금의 2배인 24억 원이 된다. 이른바 ‘복리의 마법’이다. 신 교수는 "30년 후에 자산이 제로가 되게 하려면 월 644만 원씩, 40년 후에 0원이 되게 하려면 월 578만 원씩 인출해야 한다"며 이는 적정 생활비라는 336만 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라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은퇴를 하면 갑자기 생활비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은 은퇴 전의 생활비가 은퇴 후에도 비슷하게 유지되면서 70대 이후에 서서히 줄어 든다고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지낼 시기는 은퇴 후”라며 자신이 30대에 미국에서 본, 넉넉한 은퇴자의 모습을 소개했다.
은퇴를 하면 집을 줄여 이사가고 차를 팔아 생활비를 줄이겠다는 우리의 고정 관념과는 다르게, 미국의 은퇴자 부부들은 동네에서 제일 좋은 집에 살고, 제일 비싼 차를 타고, 여행 가느라 집을 자주 비운다고 했다. 그들은 금수저도, 성공한 사업가도 아니며 그저 평생 월급을 꾸준히 연금계좌에 납입해 자산을 불리고, 30년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을 꾸준히 갚아 빚 없이 집을 소유하게 된 사람들이었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우리의 경우, 생활비 수준을 더 높여서 월 500만원이 필요하다면 다른 수입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상치 못한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세가 넘어 살 수도 있고, 연 평균 5%의 수익률이 보장된 상품이 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식들에게 어느 정도의 유산은 물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예상치 못한 큰 지출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란 얘기다.
생각보다 일찍 은퇴자산이 소진되어 버릴 것에 대비해 모든 변수를 반영한 완벽한 계산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 교수는 “은퇴에 필요한 자산 금액을 정해 각자의 상황과 예상에 맞게 적용하고, 어느 정도의 여유 자금까지 준비하면 큰 구도의 은퇴 계획은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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