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집 주인이 “돈이 없다”며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임차권등기’로 최악의 리스크를 막을 수는 있지만, 당장 보증금 낼 돈이 없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못한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 받았다면 임차권등기 후에도 원래 집에 그대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 임차권 등기가 무엇인가.
“주택 임대차보호법에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세입자가 임차권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임차권등기란 세입자가 이사하더라도 해당 주택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 시켜주는 제도이다. 최근 전세 사기 대응책으로 세입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 어떻게 신청하면 되나
“주택 임대차보호법 제03조의3 제1항에 보면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 임차인은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ㆍ지방법원지원 또는 시ㆍ군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 임차권등기를 완료한 후 이사할 여력이 없어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해도 되나.
“주택 임대차에서 집주인과 세입자는 의무를 동시에 이행해야 하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 집주인이 전세금반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동시이행 관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세입자도 집을 빼줘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 전세금 지연 이자까지 받을 수 있나.
“전세금을 못 받은 기간 만큼의 이자는 받지 못한다. 임차권등기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 시켜줄 뿐 아니라 전세금을 돌려받을 때까지의 기간을 계산해 집주인에게 지연이자까지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세입자가 이사해야 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 임차권 등기 후 이사를 해야만 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
- 어쨋든 무조건 임차권등기를 하면 최소한의 안전은 지킬 수 있다는 얘기인가.
“세입자에게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없다면 임차권등기 자체가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임차권등기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보장된 세입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얘기다. 세입자가 입주 전부터 존재했던 근저당이 있거나 선 순위 세입자가 존재한다면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상실될 수 있다. 2030 세대 중 전입신고의 중요성을 간과해 전입신고를 건너뛰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 주의해야 한다.
- 세입자 입장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세입자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인정받으려면 계약 전에 반드시 등기부를 통해 근저당과 선 순위 세입자가 있는지부터 확인한 후 계약을 해야 한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보증금이나 월세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경우도 계약을 피하는 게 좋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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