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신간] 나의 ‘부고(訃告)’ 이야기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제임스 R. 해거티

조진래 기자 2023-08-22 09:19:24


저자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부고 전문기자다. 그는 자신과 가족, 타인에게 당신이 어떤 인생으로 기억되고 싶은 가를 묻는다. 그리고는 생전에 자신의 부고를 직접 써보라고 권한다. 단 한 번 뿐인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 글 또는 음성이나 영상으로 남겨보라고 조언한다.

“삶이 지나간 자리에는 이야기가 남는다”며 “기억되고 싶다면 이야기를 남기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며, 뜻밖의 즐거움과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한다. 인생을 정리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는 ‘부고’의 세계로 초대한다. 저자는 “부고마저 재미 없으면 죽는 게 무슨 낙일까”라며 부고에는 재미와 감동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저자는 부고를 통해 누군가의 인생을 쓰기 전에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이것은 일반인들도 지금부터 종종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2021년 영국 성인 2000명을 대상 설문에서 응답자의 3분의 1이 조부모 직업을 몰랐고, 3분의 2가 가족의 역사를 더 알고 싶어했다고 전한다.

그는 부고 기사를 쓰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대체로 낙관적이었음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가장 암울한 시기에도 그들은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그대로 평가하면서 더욱 견고해진 낙관주의를 품고 있었다고 소개한다. 성공하는 법과 함께,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법, 사랑에 빠지는 법, 자신에게 주어진 ‘횡재’를 나누는 기쁨을 알아가는 법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 누구도 나보다 부고를 잘 쓸 수는 없다
저자도 자신의 부고, 즉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부고=인생 이야기’임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고 했다. 보나마나 망칠 것 같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부고를 맡기지 말고,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본인이 직접 써보자고 생각했다. 그는 다만, 부고의 표준 형식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삶의 굴곡과 영광과 실패의 순간, 때로는 굴욕의 순간까지 솔직히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흘러왔는지 설명하는 데 있어 재미있거나 교훈적이거나 유익한 내용을 선택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녀를 위해서라도 부모의 인생 이야기에는 실수로부터 얻은 교훈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역시 충동적으로 모험을 감행했다가 성급한 결정으로 기회를 날렸던 경험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쓰는 것은 괴로운 일도, 뻔뻔한 일도 아니며 허영심에 가득 찬 과시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알고 배움을 얻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고 자신한다. 아직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일 수 있으며 특히 가족과 친구,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 부고는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나의 부고 쓰기’에 대한 모든 의구심을 거두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누가 관심이나 갖겠냐’고 하겠지만 그는 “부고는 자기 자신이 자기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본 모습으로 기억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한다. 오해를 바로잡을 수도 있고, 감사를 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성공했거나 덕망 있는 사람만 부고를 낼 자격이 있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으며, 그저 솔직하고 담백한 글이면 된다”고 말한다. 일단, 글을 쓰는 시간을 일정표에 넣고 이따금 15~20분 정도 짧게 써보기를 시작하라고 권했다. 매주 1~3회를 짧게라도 정해놓는 것이 좋다고 했다. 졸립거나 글쓰기가 지겨워지면 잠시 쉬라고 말한다. 목표는 ‘강행군’이 아니라 조금식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 부고에 반드시 넣어야 할 것, 빼야 할 것
정확한 출생일은 동명이인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름에 얽힌 사연이나 별명은, 읽는 이들을 웃음 짓게 해 준다. 태어나고 자란 곳, 부모의 이름과 직업, 가족의 형태도 적어야 한다. 삶에 큰 영향을 준 요인들, 별난 생각이나 불만거리, 기이한 버릇 등도 유용한 소재다. 가장 재미있었던 추억도 꼭 들어가야 한다. 사진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미리 준비해 둘 것을 권한다.

반대로 훌륭한 부고에 넣지 않기를 바라는 목록도 있다. 지나친 헌사나 자랑이다. 과장도 금물이다. 확신할 수 없는 사실은 확인될 때까지 빼는 것이 좋다. 수상 목록 같은 것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공직 임명 이력이나 클럽 가입 목록은 재미를 주지 않는다. 말할 필요가 없는 일들도 삼가는 것이 좋다. 저자는 “대신 디테일이 살아 있는 인생 이야기를 찾아 담으라”고 말한다.

◇ 질문하고 인터뷰하고 구술하기
저자는 부고에 넣을 ‘심층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장 최초의 기억, 최초로 사귄 친구, 어른들 조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 당신을 큰 소리로 웃게 또는 울게 한 일, 직업 선택 경로와 그 이유, 인생 최고의 순간, 인생 최대의 실수와 거기서 얻은 교훈 등이다. 그리고 ‘자신의 묘비에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가’라는 질문도 꼭 필요하다. 마지막 질문은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이다.

보고를 쓰기 위해 인터뷰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이 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터뷰는 느긋한 대화 같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글로 옮기기가 버겁다면 녹음도 좋은 방법이다. 한 번에 30분 이내가 좋다. 에피소드별로 나누고 에피소드마다 끊어서 녹음하면 좋다. 녹음 내용은 후에 글로 옮긴다. 녹음 원본과 글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어디에 두었는지 반드시 사전에 알려놓으라고 권한다.

저자는 “주고 받은 편지는 훌륭한 삶의 기록”이라며 우편이나 이메일, 소셜 미디어 등을 이용해 편지를 써보라고 조언한다. 문법이나 문체에 소소한 이야기라도 일주일에 한 통 씩 편지를 써 본다면 좋은 글쓰기 훈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소식이 담긴 편지는 누군가에게 기쁨을 가져다 주고, 자신이 쓰는 부고의 한 챕터를 채우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 완벽한 도입부를 마냥 기다리지 말라
전문적인 글쓰기 기술이 없어 인생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변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화려한 글 솜씨 보다는 훨씬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글 쓰기 기술 몇 가지만 알면 된다고 말한다. 먼저 개요를 작성한다. 떠오르는 순서대로 한 두 단어로 요약해 적어 본다. 불완전하더라도 목록을 정렬해 본다. 

저자는 특히 완벽한 도입부를 찾을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일단은 연대순으로 쓰기 시작하고, 원한다면 나중에 순서를 다시 정렬하면 된다고 말한다. 글의 톤은 편하게 대화하듯이 써 볼 것을 추천한다. 중요하지 않은 형용사는 빼고, 수동태보다는 능동태 표현을 쓸 것을 권했다. 가장 핵심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화,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넣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영감을 자극하는 최고의 회고록들
저자는 다른 사람의 회고록을 읽다 보면 내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을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며 <프랭클린 자서전>을 추천했다. 플랭클린은 이 책에서 조상들의 짤막한 비화를 알아가는 즐거움에 관해 언급했다. 언젠가 가족과 친구들도 자신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캐서린 그레이엄 자서전>도 언급했다. 그녀는 부모와 자신의 결함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고 인생에서 느꼈던 공포와 불안, 성공 이야기를 적었다. 단편 소설의 거장 프리쳇은 아버지의 채권자에 쫓겨 영국 전역을 전전하며 성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밥 딜러의 회고록 <바람만이 아는 대답>은 밥 딜런의 음악 인생의 어느 측면에 있어 매우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한다고 적었다. 

◇ 우리를 기억하게 하는 것들
저자는 부고 기사를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인물들을 소개했다. ‘듣는 책’을 발명한 듀발 헥트는 재창조의 대가였다고 전한다. 그는 대형 출판사들에 10년 정도 앞서 책의 내용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하는 사업을 펼쳤다. 경영 그루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자신이 하버드의 유명 교수였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도움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된 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더 의미 있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저자는 “이제 부고 쓰기는 예술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현대에 접어들어 부고는 더 흥미롭고 재미있어 졌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삶을 형성한 사건이나 원동력, 열정을 항상 잘 조명한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부고를 잘 쓰고 자신의 이야기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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