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사 상식] 가이오 난민

조진래 기자 2023-09-26 07:46:56

우리나라는 알려진 대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빈곤이 가장 심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우리보다 30년 전인 1990년대부터 급격한 초고령화와 저성장을 맞았던 일본 역시 그 즈음부터 ‘노인 빈곤’이 사회 이슈화된 바 있다.

이 무렵부터 일본 사람들은 자신이 중산충이 아니라는 생각을 깊이 가지게 된다. 지난해 10월에 공영방송 NHK가 20~60세 남녀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56%가 ‘중류보다 아래의 삶을 살고 있다’고 답했다. 자신을 중류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960년대 중반만 해도 80%, 1970년대에는 90%에 달했었다.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노인 돌봄, 즉 가이고(介護) 문제가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다. 고령화로 노후 기간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를 대비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어진 상황이라  젊은 충에게 돌봄을 기대하기가 무리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용어가 ‘가이고 난민’이다. 20~30년 전만 해도 자녀들이 노인을 돌봐주었는데 이제는 노인 돌봄을 가족들에게 의지하기가 어려워졌다. 질병과 근력 저하 등으로 주변의 돌봄이 필요해도 도와줄 이가 없어 스스로 해결해야 할 상황을 맞은 것이다.

방문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한달 비용이 우리 돈으로 300만 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라, 이런 비용 부담 때문에 더 저렴한 노인간병 시설을 찾아 옮겨 다니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다.

가이고보험(介護保險)이 있지만 자기부담액이 20% 정도가 되어 부담은 여전하다. 이대로 가면 ‘재택 가이고 붕괴’에까지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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