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후회 없는 은퇴’ 가능할까… 여유자금·인맥·노후 일자리 로드맵 미리 준비해야

조진래 기자 2023-10-30 10:17:02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지난 여름에 50대 이상 퇴직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퇴직 전 미리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되는 것’에 대해 물었다. 1위가 ‘재정 관리’였다. 특히 개인연금 관리와 투자에 소홀했음을 무척 아쉬워했다. 국민연금에만 의지하는 노후 생활이 불가능한 것을 알기에, 개인연금은 물론 주식이나 ETF, 펀드 등의 투자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장기적인 노후재원을 마련했어야 했었다는 것이다. 특히 100세 시대와 맞물려 은퇴 이후에도 투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보였다.

노후 자금 부족에 대한 우려는 결국 ‘일자리’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2위가 ‘퇴직 후 일자리 마련’이었다. 은퇴 전에 미리 월급 외 버는 돈을 만들어 은퇴 후 계속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어야 했다는 후회들이 많았다. 은퇴 후에도 끊기지 않는 현금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선 실질적인 소득 창출 수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한 것이다. 혹시 모를 ‘소득 공백기’에 대비해 은퇴 전에 은퇴 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수인 세상이 되었다. 

이 밖에 은퇴 혹은 퇴직자들 가운데 가장 많이 하는 후회 가운데는 ‘자녀들에게 너무 올인했던 것이 아닌가…’가 꼭 포함된다. 학비에 용돈, 여기에 유학비용까지 마련하느라 돈 모을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자녀들이 지금 자신에게 하는 꼴(?)을 보면 ‘얘들에게 올인할 필요가 있었나…’하고 후회할 때가 많다고 한다. 퇴직금은 이미 거의 다 써 버렸고 남은 것은 국민연금 정도이고 , 이제는 한 채 있는 집까지 담보로 역모기지론을 생각해야 할 처지라고 혀를 찬다.

퇴직금을 엉뚱한 곳에 투자해 낭패를 본 이들도 적지 않다. 노후 준비 한다며 남의 말만 듣고 겁도 없이 상가나 주식 같은 위험 자산에 ‘몰빵’했다가 날려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제대로 공부도 않고 대든 결과다. 나이 탓에 창업은 언감생심이라 어렵게 취업은 했는데 이른바 ‘급’이 낮은 직장과 처우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다. 갑을이 바뀐 것은 기본이고 수입이 턱 없이 줄어 자격지심에 빠지기도 한다. 사회 변화의 속도에 너무 둔감했었음을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미 지난 일을 후회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박경옥 OK지식나눔연구소 대표는 그래서 퇴직 후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 얻어낸 ‘인생 후반의 3가지 필수 기술’을 소개해 주목을 끈 바 있다. 첫 번째는 ‘빨리 잊어버리는 기술’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했는데…”라고 억울해하면 몸만 망가진다며, 화를 삭이고 이제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차선이라고 말한다. 과거를 잊으면 남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며, 무슨 일을 하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라고 조언한다. 

두 번째는 ‘나누는 기술’이다. 퇴직과 동시에 많은 인간관계가 정리되지만 평소에 시간과 돈, 정보를 나눈 사람들은 기존의 관계를 그나마 지속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요즘은 학사·석사·박사보다 인기 있는 사람이 ‘밥사’”라고 말한다. 비싸지 않아도 기분 좋게 밥을 사고 돈을 잘 쓰는 기술, 즉 나누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디지털 기술’이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디지털 역량을 키우지 않고는 변화하는 현실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도 <50대, 후회하지 않고 일하는 방법>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다. 인생 선배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역 시절에 했어야 하는 4가지 일을 제시한 책이다. 그 네 가지는 50세가 넘으면 임금이 줄어 든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준비하라, 제공되는 ‘연금 내역’을 제대로 살펴보라, 육아가 끝나면 재취업을 고려하라, 그리고 꿈(경제적 여유)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50대가 되면 ‘직무 정년’이 적용되어 총 임금이 줄어드니 사전에 대비해야 하며, 정부가 보내주는 ‘연금 내역’을 반드시 체크해 차질 없이 노후자금 계획에 반영하고, 육아 후 생애주기에 따라 인생 계획을 꼼꼼히 따져 구체적인 노후자금 목표를 정하고 재취업을 통해 그 필요를 채워야 하며, 장래의 설계도를 일찍 만들어 놓고 실천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퇴직’을 곧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50대에 퇴직했다면 최소한 20년은 더 소득과 투자 생활을 해야 하는 100세 시대가 된 만큼, 그에 맞는 라이프 플랜을 짜고 늦지 않게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퇴직과 은퇴 후에도 사회에서는 우리가 맡을 역할이 있으며, 그것을 가능한 빨리 캐치해 퇴직(은퇴) 전 구상하고 실천할 수 있는 로드 맵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인생 후반기를 주체적으로 활기차게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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