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아직 요원한 의료접근성...돈 없어 제때 치료 못 받는 국민 아직도 많다

조진래 기자 2023-11-02 08:44:22

최근 몇 십년 동안 제도 보완과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의료 환경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돈이 없어 제 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여전하다. 기술과 교통이 발달해 의료 인프라를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은 상당히 개선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해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은 아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한국의료패널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해 2일 발표한 자료는 그런 우리의 의료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병의원의 이른바 '미충족의료 경험률'은 2020년 현재 1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와 여자가 각각 15.0%, 14.9%로 큰 차이가 없었다. 

미충족의료 경험률은 최근 1년간 병의원 치료 또는 검사를 받아야 했음에도 받지 못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렇게 병원에 가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한 이유 가운데 50.7%가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그 다음이 '의료비가 부담돼서'(21.2%)였다. '교통편이 불편해서, 거리가 멀어서'라는 응답은 9.3%에 그쳤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고령화 시대에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런 의료접근성 측면애서 점점 더 불리해 진다는 사실이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발생한 미충족의료 경험률이 80세 이상은 5.6%, 70대는 4.1%를 기록해 3% 안팎인 다른 연령층에 비해 고령층에서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에 소득이 낮은 가구에서는 의료접근성이 거의 생사를 좌우하는 문제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저소득층에게는 병원 치료비 자체가 '재난' 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불능력 대비 의료비 지출이 40% 이상인 가구를 의미하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 가구' 중 최저소득자인 소득 1분위의 비율이 10.8%로 전 분위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빠른 고령화 시대에, 그것도 노인 빈곤이 세계 최고인 나라에서 의료 접근성은 가볍게 볼 이슈가 아니다. 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지원 시스템을 보다 촘촘히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소득 고령층의 의료비 부담을 정부가 아닌, 우리 다음 세대가 무겁게 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 분위별로, 연령대별로 세심한 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을 지원하기 위한 범 정부적 차원의 공동 노력이 요구된다. 미충족의료 경험률을 10% 아래로 낮춰야 국민 의료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정책 당국자나 여야 정치권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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