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올해 크게 줄어든 고액 현금 기부, 왜 일까.

조진래 기자 2023-11-16 09:45:11

올해 국민 1인당 현금 기부액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특히 고액 기부가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끈다. 코로나와 장기 불황 속에서도 고액 기부를 포함한 현금 기부는 그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다시 기부문화와 관행, 정책적 지원 상황 등을 점검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는 느낌이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직전 1년간 기부자 1인당 평균 현금 기부액은 58만 9800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의 60만 3000원과 비교해 1만 3200원(2.2%) 줄어든 수치다. 1인당 평균 현금 기부금이 줄어든 것은 2011년부터 2년 단위로 통계가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기부액 자체는 늘었다. 13세 인구 1인당 평균 기부액은 13만 3500원으로 2021년에 비해 9100원, 7.3%가 늘었다. 총 기부액이 늘었는데 1인당 평균 기부액이 줄었다는 것은 그 만큼 고액 기부가 더 많이 줄었음을 시사한다. 통계청도 최근 고액 기부액은 상대적으로 줄고 소액 기부가 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소득 가구의 현금 기부액이 크게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의 1인당 현금 기부액은 74만9200원으로 2021년의 89만 6900원 보다 14만 7700원이나 줄었다. 16.5%나 평균 기부액이 감소한 것이다. 소득 500만∼600만원 가구도 57만 1600원으로 4만 2500원(6.9%)이나 줄었다.

이보다는 못하지만 400만∼500만원 소득 가구도 4만 1800원(7.1%) 줄어든 54만 5600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소득 상위 가구들의 13세 인구 1인당 평균 기부금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가구의 기부금이 줄어드니 전체 평균 기부금 액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고소득자들의 현금 기부가 줄어드는 동안 오히려 하루 하루 살기 버거운 중산층 가구의 기부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대조를 이룬다. 특히 소득 300만∼400만원 가구의 현금 기부액은 같은 기간 10만 1000원(22.7%) 늘어 54만 6500원에 달했다. 소득 100만∼200만원, 200만∼300만원 가구도 평균 현금 기부액이 37만 7200원, 45만 6500원으로 각각 1만 6200원(4.5%), 3만 1000원(7.3%) 늘었다.

생활고를 겪음직한 중산층 이하 가구들의 현금 기부가 는 반면 먹고 살만한 중산충 이상 고소득 가구의 현금 기부액이 줄어들었다고 일방적으로 고소득자들을 원망할 일이 아니다. 왜 갑자기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순서이다.

고소득자 기부가 줄어든 것이 혹 실망감이나 무력감 때문은 아닌지 새겨볼 일이다. 기부해 보았자 제대로 기부 효과가 나는지, 그런 기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자괴감도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고소득자들을 대하는 국민 감정이나 정치권의 삐딱한 시선이 이들로 하여금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큰 기업들이나 초고소득자들은 매년 엄청난 사회공헌기금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만큼 준조세가 활성화된 나라가 없다는 말은 쉽게 간과해선 안될 말이다. 그렇게 나름 최선을 다해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공헌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냉소와 비난 뿐이라면 누가 피 같은 돈을 내고 싶겠는가.

'국민혈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 혈세도 있다. 기업인을 포함한 고소득자들이 다시 기부에 적극 나서게 하려면 그들에 대한 국민들의 편향된 시선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정치권의 왜곡된 기업 입법, 있는자 들을 겨냥한 무심하고 무책임한 정책이나 입법이 그 큰 원인은 아닌지 한 번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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