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과도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현실 바탕 둔 합리적 손질 시급하다

조진래 기자 2023-12-06 11:54:18

건강보험공단이 ‘피부양자 인정기준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피부양자 인정 범위를 단계별로 줄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각종 건강 보험 혜택을 누리는 ‘무임승차’ 피부양자들이 이번 기회에 제대로 걸러질 수 있을 지 관심을 끈다.

피부양자 인정기준을 시급히 손 봐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33.1%에 이르는 피부양자 숫자부터 큰 문제다. 무려 1700만 명이 넘는다. 소득이 있음에도 자녀나 가족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것 마냥 보험료도 한 푼 내지 않고 의료보장을 받는 이들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건보공단은 고소득 고액 자산가들이 편법으로 각종 혜택을 누리는 바람에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판단해 그동안 피부양자 인정기준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하지만 좀처럼 무임승차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사업 소득자만 대상에서 걸러낼 뿐, 재산 기준 등 기차 요건을 세밀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해 왔다.

건보당국이 지난해 9월부터 소득세법상 연간 합산종합과세소득 기준을 연 3400만 원 이하에서 연 2000만 원 이하로 낮추는 등 개선안을 추진하고는 있으나, 궁극적으로 피부양자의 재산과 소득 증감 상황이나 부양기준 충족 여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니 해외 선진국들보다 피부양자가 넘쳐날 수 밖에 없다.

세밀한 소득 상황 파악과 함께 이 참에 피부양자 인정 범위도 좁혀야 할 것이다. 현재는 사실혼을 포함해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와 배우자 포함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 그리고 배우자와 형제·자매 등으로 대단히 폭 넓게 혜택을 주고 있다. 연 소득이 2000만 원만 넘지 않으면 사실상 친족을 피부양자로 등재시킬 여지가 넘치고 넘친다.

배우자와 미성년 직계비속, 일부 직계존속으로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준비 부족이나 저항 등에 대비해 단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일단은 큰 원칙부터 정하고 예외를 두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형제 자매와 소득이 얼마라도 있는 성인 자녀를 제외하는 것 등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도 확실히 미리 조성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정도로 범위를 좁히는 것이 답이다.

곧 발표되는 규정 개정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저항이 있을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빌미로 그런 저항을 ‘표’와 연결시킬 경우 끝은 보나마나 용두사미식 개혁에 그칠 것이다. 이번 만큼은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건보도 살고 국민도 산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